뒤늦게 尹과 거리두는 與···연일 '읍소 전략'
'수도권·낙동강 벨트' 등 격전지 판세 불리 연일 "반성한다, 이제 정신 차리겠다" 호소 대통령 사과·탈당, 내각 총사퇴 주장도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국민의힘이 4·10 총선 막판 판세가 불리해지자 뒤늦게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서며 판세 뒤집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 격전지에 나선 후보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탈당까지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정권 심판으로 굳어진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 첫 주말 동안 '읍소 전략'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며 높은 '정권 심판론'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종섭‧황상무' 논란과 의정 갈등 장기화로 격전지인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 등의 민심이 싸늘해지자 바싹 몸을 낮추고 '반성'과 '기회'를 동시에 호소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경기 성남 분당과 용인 유세에서 "여러분이 국민의힘과 정부에 부족한 게 있다고 할 것 같다"며 "저도 인정한다. 저도 바꾸고 싶다. 저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한 비대위원장과 함께 유세에 나선 김은혜 성남 분당을 후보도 "국민의힘이 반성한다. 우리가 무기력했고, 국민에게 어깨를 내어드리지 못했다"며 "김은혜가 대신 반성한다. 이제 정신 차리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열린 당 선대위회의에서 "우리 윤석열 정부 부족한 것이 많다"며 "세계적으로나 국가의 극단화된 갈등으로 인해, 비대한 야당 의석으로 인해 뜻대로 못 한 것도 많고, 스스로 겸허하게 반성할 부분도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낙동강 벨트'의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조해진 후보는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와 함께 내각 총사퇴까지 주장했다. 조 후보는 전날 시국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 참패고, 대한민국은 망한다"며 "아직 살길이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 꿇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국민을 실망시킨 것을 사과해야 한다"며 "대통령실과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 대통령께 국정 쇄신의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강 벨트' 중 한 곳인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후보는 아예 윤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했다. 함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 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며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 윤 대통령은 남은 9일 동안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전념해달라"고 직격했다.
이처럼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 후보들이 윤 대통령과의 필사적인 거리두기 배경에는 총선을 9일 앞두고 격전지는 물론 일부 우세 지역 민심 흐름이 급격히 야당 쪽으로 쏠린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 경합지역 또는 우세 지역이 야당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254개 선거구 전체는 아니고 170개 정도 선거구에 대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를 마쳤다"며 "경합 지역, 아니면 우세였는데 열세로 돌아선 곳이 여러 곳 있어 전체 총선 판세를 분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 시점을 실기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이종섭‧황상무' 논란도 수도권과 중도층의 민심 이반이 이뤄진 다음에야 일단락됐고, 의대 정원 문제도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결국 외통수에 빠졌다는 것이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계속되는 말이지만, (대처가) 좀 늦지 않았나"라며 "의대 정원 문제라든가 이종섭 호주대사 관련 문제도 늦지 않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미 다 골든타임을 놓친 다음에 우리가 움직이고 있지 않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