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대신 테러…고려대, 게시물 훼손 논란

이번엔 ‘성소수자’ 플래카드 대상

2014-02-26     민성아 기자

[매일일보] 각종 게시물 훼손 사건이 잇따르는 고려대에서 이번에는 성소수자 동아리가 내건 플래카드가 훼손됐다.

26일 고려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교내 한 성소수자 동아리가 학생회관에 붙여놓은 현수막이 지난 23일 오후에서 24일 오전 사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졸업·입학철을 맞아 내걸린 현수막에는 ‘게이·레즈비언·바이·트랜스젠더의 졸업·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나 지금 그 자리에는 현수막을 고정했던 끈만 남아 있다. 총학생회 측은 해당 동아리와 함께 목격자를 찾아나서는 등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총학생회는 “최근 9개월 동안 5·18 사진전, 안녕들하십니까 자보 등이 훼손되는 등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지 않는 ‘테러’ 행위가 네 번이나 일어났다”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기보다 폭력에 의존하는 사고방식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많은 고려대의 성소수자들이 테러와 폭력 등 위협 속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학내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총학 측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학생회관 앞에 있던 시간강사들의 농성 텐트와 현수막이 훼손됐고, 작년 12월에는 이 학교 소속 일간베스트 회원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찢은 뒤 “빨갱이들이 학교 망신시키는 꼴 보기 싫다”며 인증샷을 올려 경찰 수사를 받았다.

앞서 작년 5월에는 일베 회원이 문과대 주최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전’ 전시작을 훼손했다. 무력진압과 희생자 장례식 사진에 광주민주화 운동을 폄하하는 주장을 담은 사진들을 덧붙인 후 이를 찍어 일베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