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음성 난청, 작은 습관이 큰 차이 만든다
2025-04-02 김철홍 자유기고가
매일일보 | 데시벨(decibel,dB)은 소음의 크기를 나타내는 무차원의 단위로 예전엔 용어가 생소했으나 지금은 익숙해져 있다. 층간·반려동물·공사장 소음 등으로 이웃 간의 갈등이 사회적 이슈화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층간 고음은 10년간 57% 증가, 폭행 살인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와 끊임없는 분쟁으로 급기야는 국민권익위원회가 환경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및 지방자치단체에게 층간소음 갈등 해소를 위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그만큼 우리가 소음 속에서 산다는 얘기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2000년도 미군의 A-10기 엔진고장으로 오폭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미 공군 쿠니사격장에서의 사격·폭격 훈련 및 전투기 저공비행이 54년, 반세기 동안 지속돼 3천여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소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시작됐다고 본다. 소음성 난청은 85dB 이상의 큰 소리에 꾸준히 노출되면서 귓속 유모세포 손상으로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매향리 주민들은 열차 통과시 철로변 소음 100dB보다 훨씬 높은 최소 100dB 이상 최대 150dB의 소음이 일상이었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난청’을 겪고 청각을 잃어 그야말로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모인 마을’이 돼 버렸다. 이뿐 아니라 잘 안들려 되묻고 고함 지르는 대화, 늘 화 난 마을, 주민 간 다툼이 일상인 ‘또 다른 지옥’이었다. 보통 밤의 소음은 40dB 안팎, 조용한 지역의 일반주택가 낮소음은 50~55dB, 법적기준 층간소음은 38~57dB, 전화벨 소리는 60~70dB, 시내 번화가에서의 식당·교통소음(차도,버스,지하철)은 80dB 정도고 제트엔진의 소음은 150dB에 근접한다. 이어폰을 큰 소리로 들으면 자동차의 경적소리 정도인 120dB 이상의 음량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0~150dB이다.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풍경은 주변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부분 이어폰(헤드폰)을 착용하고 핸드폰을 들고 뭔가에 몰두하거나 음악을 듣는 듯 살며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소음성 난청의 주범이라는 이어폰이 현대인의 필수품임을 입증이라도 하는 듯하다.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청소년의 약 11억 명이 잠재적인 난청에 해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고 우리나라 청소년의 26%가 조기 난청의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난청은 특별한 이유없이 갑자기 귀가 안 들리는 돌발성 난청, 점진적으로 귀가 안 들리게 되는 노인성(노화성) 난청 그리고 대다수 갑작스런 난청보다는 노인성 난청과 유사하면서 소음에 의한 소음성 난청으로 구분한다. 이 중 소음성 난청은 시대적인 상황이든 현실적으로 대표적이다. 소음성 난청은 예전에 비해 이어폰 사용의 증가와 소음 노출로 인해 난청 발생 시기가 점점 빨라 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 등의 젊은 연령층의 소음성 난청 및 이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자가 40년 전 군 복무시절 종종 영점사격장 또는 실거리 사격장에서 사격 통제를 한나절 이상 하면 지금처럼 귀마개 착용이 없었고 간혹 보면 담배꽁초 필터를 귀마개 대용으로 하는 병사들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사격 통제가 끝나면 1~2시간 동안 귀가 멍해서 대화에 지장이 있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 평소 전화 목소리 톤이 높다는 주변의 지적에 정밀 검사를 받으니 소음성 난청이라고 진단이 나왔다. 전문의에게 과거 사격장 관련 얘기를 하니 그 당시의 상황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소음에 대한 인식이 아주 미흡했던 시절의 일이다. 노이즈 캔슬링은 미군의 40년 전, 1986년 군사 목적으로 외부소음의 차음성을 높인 군용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이 원조다. 최근에는 전술통신 및 보호시스템(TCAPS)이라는 스마트 귀마개를 사용하여 작전 중 총성이나 폭발음도 일반적인 대화 30dB 수준의 소음으로 낮추는 효과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군에서 ‘워리어플렛폼(Warrior Platform)’의 개발에 청력보호 헤드셋을 포함시켜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소음성 난청은 현재 완벽히 회복시킬 방법이 없다. 이에 청력보호 헤드셋 보급이 최우선 정책으로 하루빨리 이루어져 사격 후 난청, 이명으로 고통받는 장병이 없어야겠다. 장병들의 급여 문제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는 인식이 요구된다. 최근 조사 결과 많은 사람이 이어폰(헤드폰)이 다름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고(57.7%) 소리를 명확하게(42.5%) 원하는 음악이나 오디오를 좋은 음질로(33.2%) 소음·소리를 통제하고(30%)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동 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고(61%) 이에 빠른 대처가 어려우며(60%) 주변 환경의 변화에 둔감하다는(45.5%) 사고 위험성과 큰 볼륨으로 난청 위험이 있다는(55.9%) 단점이 있다. 또한 어린이들의 79%가 보행 중 스마트폰 혹은 이어폰 등을 이용했고, 이들 중 33%가 실제로 차에 치이거나 치일 뻔한 경험을 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어폰(헤드폰)을 사용할 때 소리의 크기를 75~80dB 정도로 유지하되 최대 110dB을 넘기지 말고 사용 시간은 주당 40시간을 넘기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곳에서는 90dB 이하의 소음까지만 허용이 된다. 95dB의 소음 환경에서는 4시간 이하, 100dB의 소음 환경에서는 2시간 이하, 115dB 이상의 소음에는 노출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에서는 80dB이 넘는 소음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일한 근로자가 한쪽 청력의 손상이 40dB을 초과해 측정되면 난청 산재로 규정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노이즈 캔슬링 무선 이어폰 등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걱정이다. 이어폰, 헤드셋 착용이 일상이라면 소음성 난청 예방을 위한 몇 가지 귀 관리(보호) 팁을 소개한다. ① 귀를 밀폐시키는 이어폰(헤드셋)을 피한다 ② 소음이 큰 곳에서는 이어폰(헤드셋)을 착용한다, ③ 소음의 원인이 되는 환경에선 귀마개, 귀덮개 등을 이용, 소음을 줄인다. ④ 소음이 큰 곳에서는 음량을 높이기 때문에 이어폰 착용을 지양한다 ⑤ 이어폰을 사용 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이어폰 청결 관리를 한다. 이처럼 소음성 난청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인 노인성 난청이나 예방이 어려운 돌발성 난청에 비해 소음 환경을 최대한 피하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한 후천성 난청임을 명심해야 한다. 건강한 청력을 위한 작은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든다. ‘조용한 물이 깊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소음보다 내면의 조용함과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소음성 난청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다양한 소음 환경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과 대책이 국가적 차원에서 시스템으로 안착도 중요하지만, 학교나 가정에서의 역할이 수반되어아 한다. 특히 가정에서 영유아기 이이가 한참 오감으로 느끼며 배워야 할 시기에 스마트폰에 온 정신을 뺏기는 상황을 흔히 볼 수 있다. 부모는 알면서도 육아 전쟁에서 편의성 또는 시간 벌기용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덕에 아이는 시각, 청각에만 자극받아 심할 경우 뇌의 좌우 불균형을 초래함은 물론 청소년도 아닌 영유아기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치명적인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만큼 부모의 노력과 뒷받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