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밸류업’ 무색…개미들 1분기 12조 매도
짧은 상승 ·긴 하락에 지친 개미들 3월 이후에만 6조 넘게 팔아치워
2025-04-02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후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이 상승 기대감에 투자했던 주식 6조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식화한 지난 1월17일부터 구체적인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 발표된 2월23일 직전거래일까지 코스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매수한 규모는 9조917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구체적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대한 실망감 반영으로 2월26일부터 3월2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순매수했던 주식 중 6조1856억원을 팔아치웠다. 특히 올해 1분기에 개인들은 코스피 상승국면에서 오히려 적극적인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난 1분기 개인의 순매도 기록도 갱신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분기 순매도 규모는 11조6054억원으로 분기별 최대 순매도 기록을 세웠다. 이는 1월에 약 3조 원을 순매수했던 개미들이 2월에 8조원, 3월에 6조원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올들어 3월 29일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3조1062억원)였다. 최근 시장의 염원대로 ‘8만전자’에 도달하자 국민주 차익실현 물량이 대거 출회했다. 개인 순매도 2위 종목은 저PBR 장세에서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20만원대에 안착한 현대차(2조3988억원)이었다. 3위부터 5위 종목 역시 삼성전자우·삼성물산·한국전력 등으로 근래 주가가 눈에 띄게 오른 종목들로 꾸려졌다. ‘짧은 상승장과 긴 하락·횡보장’에 지친 개인들이 주가가 회복되기 시작하는 국면에 공격적인 순매도로 돌아서는 패턴이 다시 나온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부족하다는 실망감에 은행, 증권, 자동차 등 저PBR 종목의 상승 추진력이 사그러든 상태”라며 “외국인은 밸류업에 대한 기대 외에도 반도체 등 정보기술 중심의 수출 회복 등에 베팅하며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