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속화…셈법 복잡해지는 K-반도체
미국·일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공급망 협력 명시키로…中 범용반도체 견제 자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 등 생태계 구축 중요도↑…"중요 기술 생산라인 한국에 있는 게 유리"
2025-04-07 신영욱 기자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속도가 붙으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기조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국 내에 반도체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도 해 향후 투자 관련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레거시 반도체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일 양국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협력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과 일본은 정상회담 후 AI·반도체 등 첨단기술 연계 강화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해당 성명에는 범용(레거시) 반도체 조달에서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명기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요미우리신문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아울러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은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 강화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택하는 것은 대만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4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함은 물론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계산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에 대한 중요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중국 의존도 역시 상당해 특정 국가만을 고려한 전략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SK하이닉스를 지목해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 영문판은 최근 '한국 반도체 제조사에 중국 추가 투자가 중요하다'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대해 '곽 사장의 방문은 한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 장비 중국 수출을 제한할 것인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민감한 시점에 이뤄졌다'며 "이런 뉴스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한국이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면 한국 기업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이성적인 선택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곽 대표는 최근 중국발전포럼(CFD)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은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의 대외국 홍보 전략에 적극 활용되는 매체인 만큼 사실상 중국 정부가 관영 매체를 통해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여기에 주요 국가들이 자국 내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 또한 향후 전략 선택에 있어 고민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주요국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의 필요도와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향후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해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국 내 생산 기반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현지 입지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해외에 대한 투자만큼 국내 투자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한국 내 생산라인을 투자하고 생태계를 구축해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중요한 기술에 대한 부분은 생산라인이 한국에 있는 게 유리하다"며 "때문에 한국에 대한 해외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고 주도권을 갖고 한국 내에 투자를 더 활발하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반도체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려면 국내에 있어 기업과의 연계성은 물론 유치를 진행 간 선의 경쟁을 통해 한국의 소부장기업들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이런 부분도 신경 써가며 투자를 하는 등 국내의 토대를 탄탄하게 만드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