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PK'···'낙동강 벨트' 따라 접전지 확산
부산·울산·경남, 다수 지역 접전 양상···與 텃밭 무색 부산 연제·경남 창원성산 등 보수 우세 지역도 경합
2025-04-02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을 앞두고 여당 '텃밭'인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이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야당 입김이 강한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접전 지역이 주변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여당발 리스크가 잇따라 터지면서 '정부 심판론'이 부울경 지역까지 확산, 혼전 양상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부울경 지역 민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부산 사상·중구영도·남·부산진·연제·해운대·북구를 시작으로 경남 창원·김해 등 9개 지역을 차례로 찾아 지원 유세를 벌였다. 한 위원장이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그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해왔다. 그는 이날 부산 연제구 지원 유세에서 "저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 저희를 선택해달라고 정말 읍소드린다"며 "저는 정치에 나온 지 97일밖에 안 됐고, 여러분은 아직 저를 한 번도 선택해 주신 적이 없다. 저를 선택해달라. 여러분을 위해 일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싸잡아 공격하며 '야당 심판론'을 부각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가 죄짓고 처벌받고 나서 사법 시스템에 복수하겠다고 정치하는 게 맞는 건가"라며 "조 대표와 이 대표의 명분은 대체 뭔가. 죄짓고 감옥 안 가겠다는 것 아닌가. 도대체 이 사람들 정치엔 명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 위원장이 찾은 부산 연제, 사상, 경남 김해갑, 김해을 등 지역구들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는 곳이다. 나흘간 수도권 공략에 집중한 그가 텃밭인 PK 지역을 찾은 배경에는 총선 참패 위기감 때문이다. 여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곳이지만, 최근 야당 선전에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지역이 늘어나면서다. 당초 여당은 공천 초기 야당세가 비교적 강한 낙동강 벨트에 김태호(경남 양산을)·서병수(부산 북구갑)·조해진(경남 김해을) 의원 등 중진들을 일찌감치 투입했지만, 기대와 달리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권심판론을 등에 업은 야당 입김이 낙동강 벨트뿐만 아니라, 부산 연제구, 울산 북구, 경남 창원성산 등 다른 보수 우세 지역으로 옮겨붙고 있다. 실제 최근 PK 지역에서 여당에 대한 민심은 싸늘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8일~29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36.5%로 전주(51.8%) 대비 15.3%p 급락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전체 지지율(35.4%)이 전주보다 1.7%포인트(p) 내린 것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 응답률은 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최홍태 리얼미터 선임연구원은 정부·여당발 리스크가 여당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용산을 향해 '점진적 의대 증원', '용산발 리스크 조기 차단' 등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으나, 인요한 위원장의 '김건희 여사·이종섭 전 대사' 두둔 발언이 쟁점화됐다"고 해석했다. 정부 심판론이 우세한 분위기 속에서 여당이 PK 내 분위기 반전을 이루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최근 여당이 내세우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등은 부산·경남 민심을 붙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원은 "국민의힘이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는 이·조 심판' 프레임이 PK 지역에 소구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용산발 인사 리스크나 고물가 흐름이 보수 정당에 표를 내어주는 걸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