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약한 고리' 노려라···여야 지도부 앞장서 네거티브戰 '올인'

선거 임박할수록 '막말' 등 발언 수위 높아져 與 "개같이·쓰레기" vs 野 "입이 쓰레기통"

2024-04-03     염재인 기자
4·10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며 여야 비방전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을 향해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 등 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그 입이 쓰레기통"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당초 여야가 '입단속'을 강조한 것과 무색하게 선거판이 비방과 막말로 얼룩지고 있는 모습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간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선거 초반 여야 모두 '막말 금지령'을 내리며 중도층 공략에 방점을 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기존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대 당의 전열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성 발언이 선거판을 뒤덮고 있다. 특히 여야 간 박빙 대결을 펼치는 격전지를 중심으로 이른바 '막말' 공세가 빈번하다.  선제공격은 여당이 날렸다. 우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비방 성격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집중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겨냥해 "정치를 개 같이 하는 게 문제지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다"며 "범죄자들이 여러분을 지배하지 못하게 해달라. 제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용산 용문시장 사거리 유세에서는 "정치는 더 준비된 공익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같은 사람은 순전히 징징거리기 위해 정치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감옥 가기 싫고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피해 받은 것에 복수하기 위해, 사적인 복수를 위해 정치한다. 그게 정치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민주당은 혹시 모를 '입단속'에 나섰다. 김민석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한 위원장 욕설에 후보들의 과도한 대응은 자제하기를 바란다"며 "중앙당에서 적절한 대응과 조치를 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신장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애견인들의 표는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라고 비꼬았다.  한 위원장은 이후에도 상대 당을 향한 비방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경기 부천 지원 유세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준혁·양문석 (후보) 등이 말한 '쓰레기 같은 말'을 들어봐 달라"며 발언 강도를 높였다. 이어 "저는 정치 뭣 같이하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고 언급했다. 지난 1일 부산 유세 당시에는 "이 대표는 정작 그런 쓰레기 같은 욕설을 한 형수나, 정신병원에 보낸 형님한테는 아무 사과한 바가 없다"며 "그런 게 악어의 눈물"이라고 했다. 이 대표도 정부·여당을 향해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지원 유세를 가는 차 안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며 "국가나 정부가 든든한 아버지, 포근한 어머니 같아야 하는데 지금은 의붓아버지 같다. 매만 때리고 사랑은 없고. 계모 같다. 팥쥐 엄마 같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 대표가 정권을 비판한다면서 가져다 쓴 '의붓아버지'라는 표현은 명백한 재혼 가정 비하"라며 "이 말이 재혼 가정에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나. 망언 퍼레이드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유세에서는 "정치인들은 우리를 지배할 권력자가 아니라 단순하게 따지면 머슴"이라며 "'머슴' 얘기하니 '비하하는 것 아니냐' 하던데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구청장, 사장까지 비하해도 된다"고 전했다. 같은 날 서울 중·성동구 지원 유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논란'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국민들 염장을 지르고 있다.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말에 공감이 가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여당 공세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비방전에 동참했다. 조 대표는 지난달 30일 광주 유세 현장에서 한 위원장의 '4·10 총선은 범죄자들의 연대와 선량한 시민들의 대결'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한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가 범죄자 연대라는 자백인가"라며 응수했다. 여야 간 치열한 상호 비방전의 배경으로 치밀한 정치적 계산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선거가 다가온 만큼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선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한 위원장은 민주당이 "한 위원장 입이 쓰레기통이 되는 것을 모르느냐"며 자신의 발언을 비판하는 데 대해 "민주당은 내가 막말했다고 하는데 이 대표가 과거 형수에 대해 한 말이 쓰레기 같은 말 아닌가"라며 "나는 물릴 생각이 없다. 그 말들은 명백히 쓰레기 같은 말들이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여야 지도부들의 막말은 각 당 후보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영하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31일 오전 오리역 광장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은 악당"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 지지하는 사람들은 악당화한 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석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한 위원장의 '정치를 개 같이' 발언에 '말이 있기에 사람은 짐승보다 낫다. 그러나 바르게 말하지 않으면 짐승이 그대보다 나을 것'이라는 격언을 소개하며 "정치 언어를 더는 오염시키지 말라"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