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4·3 추념식 불참···野 총선 앞 '제주 홀대' 지적

정치권·관련 단체 '성토'···한동훈 "불참 송구" 尹-韓 불참에 보수표 의식, 여력 부족 등 해석 분분

2024-04-03     이태훈 기자
이재명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제주 4·3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추념식이 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불참 속에 거행됐다. 이들의 불참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관련 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는데,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제주를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이날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자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당선인 신분으로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한 이후 2년 연속 불참하고 있다. 여당 대표도 지난해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행보는 매년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직접 추념식에 참석하는 야권과 대비된다는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념식에 참석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도 현장을 지켰다. 정부·여당 수장들이 추념식에 불참하자 정치권에선 성토가 쏟아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추념식에 2년 연속 불참하며 제주도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겼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4·3 추념식은 진영을 떠나 희생자를 위로하고 유족의 상처를 보듬는 자리"라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희생자를 위로하고 유족의 상처를 보듬기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3 영령과 유족에 대한 도리를 거부한 정부·여당을 제주도민과 국민은 차갑게 바라보고 있음을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제주갑에 출마한 고광철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 2일 진행된 언론사 토론회에서 "추념식에 대통령께서 못 내려오시는 것은 저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4·3 유가족으로서 저도 마음이 좀 격앙돼 있다"며 "(대통령께서) 내려왔으면 좋겠는데, 왜 그러지 못 하실까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관련 단체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4·3을 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매우 큰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4·3 추념식마저 외면하는 여당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그동안 4·3 추념식에 대통령과는 달리 여야 각 정당 대표들이 불참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특히 선거운동 기간 단 한 번도 제주를 찾지 않은 한 위원장이 추념식까지 참석하지 않는 것은 제주도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이 총선을 앞두고 보수표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의 경우엔 녹록지 않은 총선 전망 속, 이미 판세가 기운 제주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을 것이란 평가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충청·강원·경기권 접전지 중심 유세 일정을 가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추념식 불참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희생된 모든 4·3 희생자분들 마음 깊이 추모한다"며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 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지금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 측에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당에선 윤재옥 원내대표와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한 총리는 추념사에서 "제주 4·3 영령들을 온 마음으로 추모하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트라우마 치유센터의 설립과 운영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