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관위 이혜원…빨강머리앤이 우리 곁에 있다면

2025-04-04     기고
서울시선관위,

매일일보 = 기고  |  지난 설 연휴, 모처럼 여유롭게 소설책 한 권을 읽었다. 제목은 빨강머리앤! 어릴 적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소설을 읽으며 만화속 장면을 떠올리다보니 어릴 때 추억에 잠겨 힐링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빨강머리앤은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이곳저곳을 전전한 끝에 결국 고아원에 들어가 살다가 실수로 매슈와 마릴라라는 남매의 집에 입양이 된다. 원래 남매는 농사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원했는데, 수다스럽고 엉뚱하지만 사랑스럽고 귀여운 앤에게 마음이 끌려 결국 같이 살게 되고 앤 덕분에 전에 없던 따뜻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던 도중에 의아하게 생각되던 부분이 있었는데, 총리가 정치 순방 일정으로 앤이 사는 마을의 시내에 온다고 마을 사람들이 들떠서 총리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었다. 마을 어른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각자 지지하는 정당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여자들에게도 투표권이 생기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대화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조금 놀란 나는 책 표지로 돌아가 작가 소개 부분을 살폈는데 작가는 캐나다 사람으로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중반까지 살았고 소설은 1908년에 발표되었다고 한다. 1900년대 초까지 캐나다에도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고, 그 후로 검색해보니 캐나다에서는 많은 여성의 오랜 투쟁 끝에 1920년이 되어서야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나와 있었다. 이는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영국이 1918년, 미국이 1920년에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들조차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지가 이제 100년 정도밖에 안 되었고 많은 여성의 투쟁과 희생이 그 배경에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이후 첫 선거인 1948년 국회의원선거부터 남성과 동등하게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여성의 투표권 쟁취를 위한 투쟁의 역사는 없었던 셈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 소중함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실수 많은 사고뭉치지만 할 말은 꼭 하고야 마는 빨강머리 앤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세계여성들이 투표권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희생을 치렀는지 아세요? 투표는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리잖아요! 귀찮다고 그냥 넘어가면 절대 안되죠. 공약을 꼼꼼하게 비교해보고 따져보고 얼른 투표소로 가세요. 빨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