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힘주는 최수연-정신아…'선택과 집중' 전략 눈길
네이버, 기존 5개→12개 CIC 세분화…셀 조직 운영으로 독립 성장 도모 카카오, 관리자 직급 5단계→2단계 간소화…CIC 통합·AI 조직 신설 AI 기술 대응 강화·빠른 의사소통 체계 구축 방점…신성장동력 확보 온힘
2024-04-04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대규모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강화한다. 다만 네이버는 조직 분산을, 카카오는 통합을 택하면서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양사 모두 자율경영보다는 구심점을 갖추고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현재 5개인 사내독립기업(CIC) 조직을 12개 전문 조직으로 세분화한다. 이를 통해 사내 모든 기술 분야에 AI를 도입하고, 네이버 핵심 사업인 광고·쇼핑·지역 등 비즈니스 영역 전문성을 높여 혁신 서비스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로덕트·플랫폼 영역은 새로운 기술 혁신에 초점을 뒀다. 비즈니스·서비스 영역은 신사업 기회 발굴과 서비스 매력 향상에 집중한다. 사용자 요구사항에 맞는 콘텐츠 유형 개발·제공은 콘텐츠 영역이 담당한다. 아울러 최수연 대표 직속으로 글로벌경영, 프로덕트&테크, 임직원 성장 등 3개 위원회를 신설한다. 그동안 CIC별로 추진해 왔던 사업 영역까지 최 대표가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네이버가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AI 관련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미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 대표는 이날 임직원 설명회를 통해 "사업 영역 간 경계가 다시 한번 허물어지고 있는 인터넷 환경과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전사 차원의 전략으로 대응하고자 개편한다"며 "최근 9년 동안 네이버를 성장시켜온 CIC 중심 체계 또한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최근 정신아 대표 체제를 공식 출범하면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과 AI 기술 역량 결집이 골자다. 기존 5단계(부문장·실장·팀장·파트장·셀장)로 운영되던 관리자 직급을 2단계(성과리더·리더)로 개편했다. 조직 구조를 단순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전문성을 갖춘 젊은 리더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업무 몰입도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사내 CIC도 전반적으로 재정비했다. 우선 다음 CIC를 콘텐츠 CIC로 이름을 변경하고 숏폼, 카페·스토리, 뉴스 등 콘텐츠 역량을 끌어올린다. 콘텐츠 CIC 대표에는 IT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양주일 카카오톡 부문장을 내정했다. 또 카카오톡 쇼핑하기·카카오쇼핑라이브를 맡는 커머스CIC는 카카오 본사 조직 내로 흡수했다. 그룹 핵심 사업 부문임을 고려하면 본사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달리 전사에 흩어졌던 AI 관련 팀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세웠다. 다양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다수 조직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와 함께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이 CAIO는 SK텔레콤 AI사업단장, 다음 검색부문장, 다이알로이드 창업자 겸 대표, 네이버 검색품질랩장 등을 역임한 AI·데이터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AI 기술 및 서비스 개발 전반을 이끌 예정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사내외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 또한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외산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된 데 대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구글, 메타, 알리, 테무 등 글로벌 기업의 점유율이 커지면서 토종 플랫폼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국내 기업을 역차별할 수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추진하면서 위기의식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을 선점하긴 위해선 전사적 대응이 시급해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해온 기업도 조직을 꾸리는 추세"라며 "네카오의 점유율이 높았던 포털, 메신저 시장도 최근 구글, 메타 등이 국내 규제를 피하면서 무섭게 따라붙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