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개선안 전형적 재탕 대책"

금융권·전문가·소비자 모두 외면...시장원리에도 어긋나

2015-02-27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가계부채 구조개선안’을 내놨지만 업계, 전문가, 소비자 모두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이번 대책이 기존 나왔던 정책들을 보강·강화하는 수준에서 그쳤고 이마저도 시장 원리에 엇나간다는 지적이다.당장 금융권은 가계부채 구조 개선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비중 확대에 대해 무리한 계획이라는 평가다.정부는 고정금리 비중 목표를 오는 2016년까지 30%, 2017년까지는 4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중 고점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5.9%다.고객들이 변동금리 대출로 몰리는 이유는 현재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하락하고 있고 반면 적격대출 금리는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정부가 올해 경제 목표로 내수 활성화를 외치면서 그에 발맞춰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지난해부터 공공연히 하고 있다.세계 주요국들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유동성을 시장에 풀면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단기적인 금리 인상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이 때문에 금리 인상이 힘든 상황에서 은행에 대출을 받기 위해 찾은 고객들이 변동금리보다 금리가 높은 고정금리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상품이 50bp(1bp=0.01%포인트) 이상 높아 영업점에서 권유하기 쉽지 않다”며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목표만 높이면 결국 은행은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정책 모기지 활성화로 금융사가 정부 주도 상품의 금리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전액 만기연장한 일시상환대출 등 고위험 가계대출의 BIS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소극적인 만기연장은 하우스푸어(내집 빈곤층)의 빚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부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5%포인트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특정 상품의 판매 중단을 강요하는 등 ‘팔 비틀기’식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제2금융권은 개선안 자체에 대해 의문감을 표했다.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상호금융업계에서 1000억원의 단기·일시상환 대출을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하는 것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질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상호금융업권의 한 여신업무 담당자는 “상호금융업권의 주택담보대출이 40조원 가량인데 1000억원으로 큰 영향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전문가들 역시 이번 정부 정책의 한계가 적지 않다는 데 입을 모았다.우선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비은행권에 취약계층 대출자가 몰려있어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대출) 규모만 축소시키면 풍선효과 때문에 서민 부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가계부채 총액 증가율을 낮추고자 금융기관이 대출을 자제하도록 하면 피해는 저소득층에 돌아간다”며 “2금융권과 사금융으로 떠밀린 저신용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금융소비자들 역시 이번 대책이 과거 정부 정책과 차별성이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고율의 이자부담을 느끼는 서민들의 바꿔드림론 등은 과거와 크게 차별성이 없고 구체적 실행 대안이 없기 때문에 실행효과 면에서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