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구개발 힘주는 K-ICT…대·중소기업 격차 심화 우려
국내 ICT 기업, 2022년 R&D 53조원 투자…수출도 호조세 대기업 비중 압도적…中企 지원 줄며 투자 여력 약화 우려 與野 공약에 촉각…"기술 경쟁력 확보 위해 정책과제 추진을"
2024-04-07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기술혁신과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기업 R&D 활동 조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ICT 기업들의 R&D 투자 규모는 52조89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2.2% 증가한 수치로, 전체 산업 분야(89조4200억원) 중 59.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R&D에 참여한 인력은 2.7% 증가한 23만5800명이다. 이처럼 국내 ICT 기업들이 R&D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수출경쟁력이 지속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ICT 품목(반도체·디스플레이·컴퓨터·무선통신기기) 수출이 2022년 3월 이후 24개월 만에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5.7% 증가한 11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6월(123억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디스플레이(16.2%)·컴퓨터SSD(24.5%) 수출도 각각 8개월, 3개월 연속 증가했다. 무선통신기기(5.5%)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여전히 대기업이 R&D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중소기업 R&D 투자 지원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줄면서 중소기업의 R&D 투자 여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ICT 대기업의 R&D 투자 규모는 42조2000억원으로 전체 중 79.8%를 차지한 가운데 벤처기업(4조9100억원, 9.3%), 중견기업(3조2300억원, 6.1%), 중소기업(2조5500억원, 4.8%)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약 39조7000만원(75%)에 달한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R&D 지원 사업을 보면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 등 20개 사업은 폐지된다. 정부가 R&D 지원금을 절반만 지원하는 등 R&D 협약 변경도 진행되면서 전체적으로 약 2000억원이 감액될 전망이다. 여야의 총선 공약과 향후 지원 방향에 업계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고서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은 "불확실한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국가적인 성장동력을 찾을 방법은 오직 기업의 기술혁신에 달려있다"며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계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국가 혁신체제 전환과 R&D 인력 확보 등 주요 정책과제 추진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