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샤오미 전기차 출시가 갖는 의미와 영향

2025-04-07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에 전 세계 자동차메이커가 모두 긴장하고 있다. 비야디(BYD)가 초저가로 남미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전자제품 회사인 대륙의 실수 샤오미가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했다. 스마트폰부터 압력밥솥까지 다양한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샤오미는 1호 전기차인 SU7을 선보였다. 24시간 만에 9만대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출시되는 3가지 모델 중 표준 모델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700㎞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 시속은 210㎞, 제로백은 5.28초다. 표준 모델의 가격은 21만 5900위안(약 4000만원)으로 동급인 테슬라 모델3(24만 5900위안)보다 3만위안 저렴하다. 자동차 업계가 샤오미에 주목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짧은 개발 기간 때문이다. 애플이 10년 동안 만들어오다 포기한 전기차를 샤오미는 시장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2021년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은 전기차 연구개발에, 100억위안(1조 8,5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수가 35~40%가량 적고, 기존의 완성차업체들도 모터나 배터리는 외주 처리하기 때문에, 문턱이 낮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폄훼하기에는 애플의 포기가 자꾸 떠오른다. 10년 공을 들이던 애플이 포기한 전기차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국 산업 지원 정책에 힘입어 약진하고 있다. 물론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쉽게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도요타가 최초로 만든 전기차의 바퀴가 빠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물론 최근 자동차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차량의 외관과 하드웨어의 스팩으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차량을 통합제어하는 기술의 완성도와 자율주행에 대한 접근성이 차별화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결국 샤오미의 기술력에 대한 검증은 판매와 시승이 시작되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샤오미의 발표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SU7에 탑재했는데,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또는 그 이상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레벨3를 상용화한 완성차 업체는 벤츠·BMW 정도이기 때문에, 발표의 진실성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 등에는 SU7이 통제력을 잃고 도로에서 좌우로 흔들리다 결국 연석에 충돌한 뒤 멈춘 영상이 올라와 화제에 올랐다. 이에 대해서는 “사고 운전자가 전기차 운전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도 차량 TCS(Traction Control System) 장치의 부실함을 의미한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샤오미의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하드웨어 문제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대부분의 차량에서 발견되기 어려운 결함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중국은 막대한 내수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수십만 대 이상을 내수시장에서 소화하면서, 품질 문제는 대부분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수습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물량을 늘려 해외로 진출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은 샤오미와 비야디의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장악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비야디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배터리부터, 차량설계 및 생산까지 수직계열화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샤오미는 어떠할까? 현재까지는 외주에 의존하고 있으나 조만간 샤오미는 기존 스마트폰, 가전 기기 등과 연계해 생태계를 확장하려고 할 것이다. 차량과 가전제품의 연동성을 높였다는 것은, 샤오미 운영 체제를 자동차 안에 넣어, 집안 조명을 조절하거나 카메라를 작동시켜 내부를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번 샤오미의 전기차 출시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선은 대부분의 전기차 회사들도 저가형 전기차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통합제어를 통해 차량 전체의 제어는 당연한 조건이고, 가전제품 등 각종 전자기기와의 연계성이 경쟁력 비교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전통적인 자동차 제작사의 경우는, 전통적인 전자 회사의 전기차 출시가 단시간에 현실이 될 수 있고, 막강한 경쟁자의 탄생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