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대파 반입' 제한에···野 대파 헬멧·팻말 들며 연일 공세

與, 일제 샴푸·위조 표창장 거론 맞불 선관위 "선거 영향 미칠 우려 매우 커"

2025-04-07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파를 투표소 내 반입 금지 물품으로 올린 것과 관련해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선관위는 투표 중 대파 소지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을 겨냥한 정치적 표현이라는 입장인데, 야당은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하며 '대파 부각'에 나섰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4·10 총선 본 투표를 사흘 앞둔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일정을 급변경해 5일 윤석열 대통령이 투표한 부산 강서구 명지1동 사전 투표장을 찾아 투표했다. 그 의미 다 아실 것"이라며 "부산 사람 외에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아 밝힌다. 부산 명지는 내가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대파 재배로 유명한 동네"라고 적었다. 조 대표는 "윤 대통령은 그것을 모르고 명지를 선택했을 것이나, 나는 마음속에 대파를 품고 투표했다"며 "대파 혁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을 환기하며 정권심판론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지난 6일 대전에서 진행한 공개 유세에서 '저는 그냥 대파가 아닙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대파 팻말'을 들고 청중 앞에 서기도 했다. 이 팻말은 조국혁신당 지지자가 만들어 조 대표에게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 조 대표는 "선거 유세하면 전국 각지에서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팻말을 만들어 주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공세에 동참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경기 용인 수지구에서 열린 부승찬 용인병 후보 지원 유세 도중 헬멧에 대파와 쪽파가 붙은 '대파 헬멧'을 들어 올렸다. 이 대표는 "투표소 들어갈 때는 대파는 안 되고 쪽파는 된다고 한다"며 "나중에 투표소 가시면 대파는 빼고 붙여서 가라"고 외쳤다. 이 대표는 이날 "'입틀막' '칼틀막'에 이어 '파틀막'으로 파를 틀어막고 있다"며 "투표소에 대파를 들고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조차도 폭압적인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일제 샴푸, 위조된 표창장, 법인카드 등을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겠느냐"며 맞섰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측에서 '투표장에 대파를 들고 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갖고 계속 희화화하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한 위원장이 언급한 물품은 이 대표와 조 대표의 범죄 혐의 및 의혹들과 관련 있는 것들이다. 특정 물품을 동원한 선거전이 계속되자 선관위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선관위는 "투표소는 선거의 공정성이 더욱 엄격히 요구되는 곳"이라며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투표소 내에서 특정 물품을 본래 용도를 벗어나 정치적 의사 표현의 도구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물품 반입 제한'의 근거로 선거법 166조를 들었는데, 이 조항은 사전투표소 또는 투표소 안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언동을 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표지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