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공시가격 '나비효과'… 하반기 깡통전세 우려 확산
연립·다세대 공시가격 하락세…전셋값 추가 하락 예상 올해 계약 만기 66% 역전세 위험… “대책 마련 필요”
2025-04-08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A씨는 2022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빌라를 2억5000만원에 임대를 줬다. 다만 공시가가 2년 만에 1억7000만원에서 1억6500만원으로 1500만원 떨어졌다. 전셋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1억9800만원~2억원에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현금 4000만원이 필요해 막막한 상황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자 빌라 임대차시장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매매가격이 하락한 빌라 주택 대다수의 공시가격도 동반 하락해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빌라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 하락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 등으로 전셋값이 급락해 ‘역전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작년보다 평균 1.52% 올라 소폭 상승했다. 이는 공동주택 공시 제도를 도입한 2005년 이후 6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절대값 기준으로는 3번째 낮은 변동률이다. 다만 지난해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빌라·오피스텔 등의 공시가격은 대부분 내려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아파트 위주로 역전세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시가격 적용 비율은 작년부터 140%만 적용됐고, 지난해 5월 1일부터 HUG의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에 따라 전세가율은 100%에서 90%로 강화돼 실질적으로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140%의 90%) 이내여야 보증가입을 할 수 있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전세가를 유지할 경우, 거래할 매물들은 지난해 5월부터 가격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강화된 전세보증 가입 기준에 맞추려면 기존 전세가 대비 126%로 전세를 다시 내놔야 해 기존보다 수천만원씩 가격을 낮춰야 하는 역전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HUG 보증을 받는 물건을 선호하다보니 빌라 전셋값이 HUG 보증 한도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 통계를 보면 올해 계약 갱신을 앞둔 수도권 빌라 전세 매물 12만2087가구 중 66%가 2년 전과 같은 금액으로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저당권 등 선순위 담보채권이 전혀 없는 것을 가정한 수치로, 일부 선순위 채권이 있을 것을 감안하면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한 주택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증한도가 100만원만 초과해도 세입자들은 불안해하면서 계약한 집에서 나가려고 한다. 이 경우 집주인 입장에선 보증금을 돌려줘서 전세금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빌라 12만 가구에 대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사례도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시세와 공시가 차이가 계속 벌어지면 공시가가 떨어질 때마다 역전세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결국 올해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매물의 역전세 위험은 커졌다”면서 "공시가가 하락하면서 전세보증보험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 환경도 악화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