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까지…총선 국면 집어삼킨 '尹'
민생 토론회·의대 정원 확대 등 초반 총선 이슈 주도 '김건희·이종섭·황상무' 악재로 '정권 심판론' 불 붙여 소통 없는 일방적 의대 정원 '2000명' 고수에 역풍
2024-04-08 조현정 기자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4·10 총선에서 높은 정권 심판 여론에 휩쓸린 여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압승이 점쳐지면서 일각에서는 총선 패배의 근본적인 책임이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총선 전면에 등장하면서 국민의힘이 '정권 심판론'의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하고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총 24차례에 걸친 민생 토론회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수십조 원 규모의 지출을 약속하면서 야권은 사실상 '관권 선거'라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결국 민생 토론회는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26일까지 이어졌다. 2월부터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총선 이슈 주도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엎고 초반부터 밀어붙였다. 지지율도 30% 박스권에서 벗어나 40%대를 기록하며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기준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월 4주차 40%를 넘은 이후 3월 1주차까지 3주 연속 4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3월 초부터 이른바 '이종섭·황상무' 논란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윤 대통령은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다음에야 두 사람 논란을 수습하면서 '정권 심판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이종섭·황상무' 논란 수습 과정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을 겪으며 여권 내 권력 다툼의 모양새까지 취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비대위' 효과도 소멸되면서 여권이 정권 심판론을 돌파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사라진 셈이 됐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해명을 내놓은 것은 악재 중의 악재였다. 윤 대통령은 2월 KBS와 가진 특별 대담에서 "(김 여사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시계에다가 이런 몰카(몰래 카메라)까지 들고 와서 이런 것을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초반 높은 지지를 받았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도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의료 대란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의대 정원 규모를 2000명으로 고수하고 의료계의 집단 행동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에 방점을 찍은 대국민 담화는 불리한 여당의 총선 판세를 악화시켰다. 심지어 여당 후보들로부터 탈당부터 내각 총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는 "윤 대통령은 앞으로 공정한 선거 관리에만 전념해달라"며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달라"고 요청했고, 조해진 경남 김해을 후보는 "아직 살 길은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 꿇는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불거진 연이은 정부 부처의 선거 개입 논란도 윤 대통령이 여당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대통령 정책 홍보 영상을 제작해 각 부처 내부 전산망에 올리도록 했다가 공무원들의 반발에 일부 부처가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3일 대통령의 강연 내용을 교육 자료로 만들어 사전투표 전에 장병 정신 교육을 추진해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