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고환율… D-3 금통위 ‘딜레마’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개최 사상 초유 10연속 기준금리 동결 전망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헌국은행의 10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시되고 있다. 2개월 연속 소비자물가지수가 3%대로 오르고 ‘고환율·고유가’까지 처한 상황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8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달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에는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조윤제 위원과 서영경 위원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참여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9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묶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손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금통위가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이유로는 미국의 경기 호조에 따른 금리 불확실성이 우선 꼽힌다. 연준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1.4%)보다 0.7%포인트 높은 2.1%로 상향 조정할 만큼 굳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낮아졌다.
한은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섰다간 금리 역전차 확대에 고환율 장기화와 자본유출 우려가 커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달 전 70%대에서 현재 50%대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물가 불확실성도 한은의 인하 시도를 망설이게 한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두달 연속 3%대를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물가는 11.7%로 2년 11개월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유가 공급 위축 가능성과 미국의 경기 호조에 따른 유가 상방 압력도 물가 압력을 높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으며 9월 100달러 돌파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3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난 860조원을 기록해 12개월 연속 올랐다. 2월 기준으로 역대 3번째 증가 폭이기도 하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은 1350원을 넘나들고 있고, 국제유가는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유가는 물류비용 등에까지 영향을 준다. 한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대’로 가기엔 험난한 여정인 셈이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발언이 나왔으나 4월에도 비슷한 입장이 소수의견으로나마 나올 수 있을지 챙겨볼 지점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7일 “이번 금통위에선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금리 동결을 통해 물가 둔화 흐름을 좀 더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미 연준의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만 부각되고 있을 뿐 연내 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는 점에서 한은 또한 인하 여지를 다시 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