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소야, 심판이야···막판까지 '갈팡질팡' 한동훈 리더십
'운동권 심판론' 명분 잃자 '종북세력 척결'로 방향 선회 선거 막바지 '이·조 심판론' 이어 '개헌저지선 차단' 읍소
2025-04-09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이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야권이 '정권 심판론' 아래 일사분란하게 선거에 임하는 반면, 한 위원장은 '운동권 심판' 등 각종 심판론을 주장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선거 막판에는 개헌저지선 카드를 꺼내들며 읍소로 일관, 메시지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9일 오전 "지난 2년간 우리 정부와 여당은 너무나 힘들었다. 나라를 위해 꼭 필요했던 민생 법안은 야당의 발목잡기에 좌절됐고, 일 좀 하려고 하면 범죄자 방탄에 막혔다"며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에 이들을 막기 벅차다. 무도하고 뻔뻔한 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을 달라"는 대국민 입장문을 내놓았다. 최근 한 위원장은 지원 유세에서 유권자를 향해 개헌 저지선을 지켜달라며 이른바 '읍소 전략'에 나서고 있다. 여당 텃밭 등에서 접전 지역이 확대,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당초 전략에서 급선회한 모습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총선 핵심 목표로 '운동권 심판론'을 외쳐왔다. 야당을 겨냥한 의제 설정이었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표적인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인사가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명분이 퇴색됐다. 여기에 민주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노동운동 출신 김영주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잃었다. 이후 한 위원장은 운동권 심판론 대신 '종북세력 척결'로 방향을 전환했다. 옛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이 범야권 비례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한 것을 저격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참신한 이미지로 정치계에 발을 들인 한 위원장이 '색깔론'을 내세우면서 기존 정치인과 차별화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설상가상 중도층 이탈까지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조국혁신당이 주가를 올리자 이번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타깃으로 한 '이·조 심판론'에 집중했다. 양당 대표를 '범죄 혐의자'로 규정하며 이들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려는 의도다. 야당의 지지율 상승세를 견제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어느 정도 세결집이 이뤄진 상황에서 내민 심판론은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홍준표 대구시당 등 여권에서도 한 위원장의 전략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들고나온 '심판론' 전략이 애초에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당초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 출범 3년차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정부의 국정 운영 등을 평가하는 성격이 강하다. 역대 총선 역시 대체로 '정부 심판론' vs '정부 지원론'에 대한 구도였다. 실제 한 위원장이 야당 심판론을 주장하기 전 여론조사에서도 '심판론' vs '지원론'에 대한 조사가 주를 이뤘다. 한 위원장의 메시지 전략 급선회에 야당은 '정치 초보'라며 비판, 반격에 나섰다. 강민석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8일 한 위원장을 겨냥 "야당 심판한다는 여당은 처음 본다. 여당 대표도 초보 티를 내느냐"며 "여당은 지난 2년간 국정을 운영하며 '우리가 무엇을 잘했고,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할 터이니 한번 도와주십시오'라고 비전으로 승부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