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 26건 자동 폐기 수순… '책임 확대' 불발

'금융기관 상시 모니터링' 등 차기 국회 논의 주목

2025-04-09     최재원 기자
한국은행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21대 국회 임기 중 발의된 한국은행법 개정안 26건 중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하고 전부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은 지난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27건의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중 한 건의 발의가 철회돼 현재까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은 26건으로,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폐기 수순에 처했다. 이번 국회 임기는 다음달 29일까지로 한 달 넘게 남았지만, 오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동안 발의된 한은법 개정안은 주로 한은의 책임과 권한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각 법안은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이후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한은은 정책 목표 간의 상충 가능성 등 제약 요인과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수단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좀 더 직접적으로 “전 세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26건에 달한 한은법 개정안이 단 한 건도 의결되지 못한 것은 기재위에 계류된 다른 법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달 하순 임기 4년의 반환점을 도는 이 총재가 한은에 지속해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가운데 차기 국회에서 이를 뒷받침할 법안이 발의될지도 주목된다. 한은이 유동성 지원 대상 금융기관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그중 하나로 거론된다. 한은이 최종 대부자 기능을 수행한 뒤 손실이 발생하면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의 지급 능력을 평소에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한은은 그 연장선에서 최근 발간한 2023년도 연차보고서에서 “대출적격담보에 은행의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법적·실무적 주요 이슈 및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한은은 정부 부처와 달리 직접적인 법안 발의권이 없는 만큼 숙원 사업이 있더라도 의원 입법 등을 통해야 하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