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총선 이후 골치"… 건설·부동산업계 '긴장모드'
與, 불법·부실시공 '형사처분' 강화 방침 野, 안전설비 · 하도급 경쟁력 제고 방점 "GTX·철도지하화 공약 또 남발…아쉬워"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여야가 건설산업 개선 방향 및 개발 공약을 전면에 내걸고 열띤 선거전을 펼쳤다. 거대 양당은 건설업 정책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보인 반면 개발 일변도 공약은 비슷한 결을 유지했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선 양당 어느 곳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걱정거리가 산더미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건설업계에 규제 도입·강화 위주의 공약을 제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건설산업과 관련해 총 4~5개의 직접적인 정책안을 내놨다. 대부분 윤석열 정부와 21대 국회에서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현장 불법·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한 방안과 맥을 같이 한다.
국힘은 구체적으로 △불법하도급·부실시공에 따른 형사·행정
처분 강화 △건설근로자 임금체불 등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대금지급시스템 도입 의무화 △건설노조 부당·불법 행위 제재 기반 마련 △불법하도급·감리위반·공사방해 등 노사 불법 행위 단속 및 특별사법경찰제 도입 △대금 지급 시스템 도입(공공→민간공사) 의무화 등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건설 현장 약자 보호와 안전 관리·감독 강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세부적인 지원책을 함께 공약했다.
민주당의 건설 정책 공약을 보면 △지능성 CCTV 등 스마트 안전장비 및 지역건축안전센터 확대 설치 △적정임금제 도입 △불법고용 방지·부실시공 사고 대책 강화 △하도급공사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의무화 △건설기계 부당금품 근절 추진 △공공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 의무화 △하도급 적정성 심사개선 △BIM·OSC 등 스마트 인프라 구축 △건설전문인력 양성 지원 △자재 품질인증제 확대 △해외건설인프라펀드 확대 등을 제안했다.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선 건설산업에 대한 세분화된 공약 제시가 제한적이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양당이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 점이 특징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표심을 잡기 위한 대형 개발 공약에선 양당이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였다. GTX 연장·환승·개통 시점 등에 관한 청사진과 광역교통망 확충, 도심 철도 및 주요 간선도로 지하화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각 정당의 공약을 놓고 환영하기보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큰 양상이다. 여야를 불문한 다수당 향배에 따라 현안 대응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힘이 승리하면 불법하도급·부실시공에 대한 원도급사 대표 등의 형사 처벌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민주당 승리 시 안전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비 증액과 하도급 권익 관련 비용 발생 등을 걱정하고 있다.
건설업계 A 관계자는 "현 정부와 여당에서 강하게 추진 중인 노조 부당행위 근절 대책을 환영한다"면서도 "실질적으로 관리가 어려운 하도급사 문제에 대한 형사·행정 처분 강화 움직임과 불가피하게 나올 수 있는 하자 등을 부실시공으로 간주하고 처벌받게 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전국 현장에서 각 구역별로 CCTV를 대폭 늘렸고 감시 체계 및 전문 인력 충원 등으로 비용 부담도 커졌다"면서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 안전장비 확대 등은 심각한 불황에서 원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대형 개발 공약 일색에 부동산업계에서도 회의감을 호소하고 있다.
시행업계 C사 관계자는 "GTX는 이미 오래전에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선반영됐고 최근에는 거품이 빠지는 단계고 잘 먹히지도 않는다"면서 "철도 지하화는 대안이 없어 아쉽고,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침체된 분양 흐름을 바꿀 만한 확실한 부동산 공약이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