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저출산, 결국 먹고 사는 문제다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곧 합계출산율 0.6명 시대에 돌입하고, 이는 OECD 국가 중 최저치라고 한다.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출산율이 본격적으로 낮아진 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도 지난 15년간 280조원의 세금을 저출생 대책 관련 예산으로 쏟아부었다고 하니,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주위에서 심각하다길래 대부분이 “그런가보다” 하지,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은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복잡한 통계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합계출산율이 0.6명이라 하면 과거처럼 한쌍도 아닌 두쌍의 부부가 신생아 1명을 출산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총인구수가 5000만명인데 이 상태로 가면 총인구수는 1000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대한민국 총인구수의 절반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총인구수 1000만명대는 지금 서울 및 수도권 인구의 절반가량이다. 나머지 지역은 유령도시가 된다. 단순계산으로도 경제력이나 국력은 현재의 25% 이하로 떨어진다.
1960년대처럼 가족에 대한 ‘희생’이 아닌, 이제는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감안하자. 당연히 신생아를 낳으려는 인구는 앞으로도 줄어들 것이고, 반대로 65세 이상 고령층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생산가능연령 1명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층 숫자가 늘면 연금 등 부양비용 증가로 젊은층의 삶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삶의 질이 떨어지면 인간은 신생아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대부분 은퇴를 하는 시기가 오면 앞에 열거한 문제들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8.96%에 달한다. 어느 세대보다 숫자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모두 은퇴하면 초고령사회 진입은 중간단계 없이 눈깜짝할새다.
총선을 맞아 저출산 대책이라고 해서 현금성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 나쁘지 않다. 단, 지난 20여년간 나왔던 1차원성 현금지원 대책들이 큰 효과가 없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똑같은 지원을 하더라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접근법의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저출산도 결국 먹고 사는 문제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임금 대비 많은 근무시간은 젊은층을 맞벌이로 내몰고 결국 육아에 전념할 시간이 줄어든다.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돼야 근무시간 조정도 가능한 법이지만 눈 뜨고 나면 오르는 물가와 집값은 임금 낮은 젊은층의 마음의 여유를 앗아간다.
마트 가면 한단에 3000원도 안 되던 대파가 5000원이 됐고, 한 달 한두 번 사는 분유 1통 값이 최소가 1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정치권은 예나 지금이나 신생아를 많이 낳으면 대출을 싸게 해주고, 대파 한 단 875원이 합리적이라는 한가한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국민들이 저출산에 둔감한 것이 아니라, 저출산에 신경쓸 틈조차 없다는 현실을 정치인들이 현장 가서 직시하고 체험해 봐야 한다.
총선용 벼락치기가 아닌 효율적 노동생산성과 물가와 집값에 대한 중장기적 고민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저출산 해법이 된다. 이를 모르고 양산식으로 내놓는 저출산 대책은 영원히 밑 빠진 독 물 붓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