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0.09% 지분으로 SK 좌지우지
총수일가 지분 가장 적은 기업집단은 SK…삼성․현대가 2․3위
2009-10-27 김경탁 기자
재벌그룹들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하락한 반면 계열사와 임원 등 내부지분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적은 지분으로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소유-지배 간 괴리 현상’이 더 심화됐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호열)가 10월 26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2009년 4월 1일 지정한 자산기준 5조원 이상 4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소속 1139개사. 이하 '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현황 등을 분석 공개한 결과에 따른 것.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4월 1일 기준, 동일인이 자연인인 기업집단(31개, 986개사)의 내부지분율은 53.01%로 나타난 가운데, 동일인 지분율은 2.02%, 친족 지분율은 2.49%, 계열회사 지분율 46.04%, 비영리법인·임원 등의 지분율은 2.46%를 각각 기록했다.
SK, 총수 개인 지분 낮은 순에서는 2위
* 동일인 지분율 : (08)1.74% (09)1.73%( 0.01%p), 친족 지분율 : (08)2.5% (09)2.44%( 0.06%p)
이중에서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낮은 기업집단은 0.87%에 그친 SK로, 특히 총수 개인의 지분보유에서도 SK 최태원 회장은 LS 구자홍 회장(0.05%)에 이어 밑에서 2위(0.09%)를 기록했다.
SK 다음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기업집단은 1.07%의 삼성이었고, 그 뒤를 1.81%의 현대가 이었다. 총수일가 지분이 2%를 넘지 않는 기업집단은 이 3개 그룹이 유일했다.
발표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KCC( 10.64%p), 대한전선( 8.4%p), 현대중공업( 1.34%p, 대림( 1.04%p), LS( 0.6%p) 순으로, 이에 대해 공정위는 “동일인 친족 지분율 감소는 주로 계열사 출자를 통해 총수일가 지분이 없는 회사의 신규 계열편입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신세계(9.15%p), CJ(0.58%p), 현대백화점(0.56%p), 효성(0.53%p), 한진(0.36%p) 순으로, 이 기업들의 동일인 친족 지분율 증가 사유는 총수일가의 계열사 주식취득, 계열사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합병 계열제외 등이라고 공정위는 밝혔다.
전체적으로 계열회사 지분율 및 비영리법인 임원 등 기타 지분율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계열회사 지분율 : (08)44.32% (09)45.91%(1.59%p), 비영리법인 임원 등의 기타 지분율 (08)2.22% (09)2.5%(0.28%p)
동일인이 자연인인 기업집단(31개, 986개 사) 중 총수지분이 없는 계열사 수는 810개 사로 전체의 82.2%를 차지했고, 총수일가 지분이 전혀 없는 계열회사는 687개 사로 전체의 69.7%에 달했다.
지주회사그룹, 내부지분율 더 높아
31개 기업집단 중 지주회사그룹인 기업집단(11개)의 내부지분율은 53.24%로 일반 기업집단(52.86%)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지주회사그룹인 기업집단으로는 LG, SK, GS, 금호아시아나, 두산, LS, CJ, 한진중공업, 웅진, 세아, 한국투자금융 등이 있는데, 이들 지주회사그룹들은 동일인 친족지분율이 5.15%로 일반 기업집단(4.10%)보다 높은 반면, 계열회사지분율은 45.68%로 일반 기업집단(46.27%)보다 낮았다.
계열사간 환상형 출자(이른바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되어있는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차, SK,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동부, 대림, 현대, 동양, 웅진, 현대백화점 등 12개. 이중에서 SK와 웅진은 지주회사로 전환된 9개 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환상형 출자구조가 남아있는 경우로 나타났다.
SK그룹의 지주회사 SK㈜의 최대주주 SKC&C의 2009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30일 현재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44.5%를 보유한 최태원 회장이고, SK텔레콤이 30%, SK네트웍스가 15% 그리고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씨가 10.5% 지분(합계 100%)을 보유하고 있으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다시 SK㈜가 최대주주로 되어있다.
순환출자구조…법개정 기다리며 버티기?
이에 대해 공정위는 “SK와 웅진은 유예기간이 적용된 상태로, 현재 순환출자 해소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으로, 유예기간 경과 전에 순환출자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SK그룹에 대해 “2007년 7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나 지주회사 행위제한 사항을 유예기간 2년 내에 모두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8일 발표한 <경제개혁이슈 2009-7호>에서 경제개혁연대는 9월 30일 현재까지 지주회사로 전환된 10개 재벌그룹중 SK와 LG, CJ, 한진중공업, 웅진 등 5개 그룹이 지주회사 전환과정을 통해 지배주주 지분이 평균 34.35% 증가하는 등 현행 지주회사제도가 총수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자료에서 “2009년 7월 2일 현재 SK그룹은 금융회사 지분 보유금지 1건, 손자회사 및 계열사 출자금지 7건, 증손회사 외 계열사 출자 금지 2건 등 총 10건의 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7년 2월 개정된 ‘공정위 승인을 얻을 경우 유예기간 2년 연장’ 조항에 따라 SK그룹은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공정위가 이를 승인함에 따라 SK그룹은 2년의 시간을 더 벌게 되었다.
경제개혁연대는 “더불어 지주회사 규제를 더욱 완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어서 SK그룹은 향후 법 개정 여하에 따라 구조개편을 최소화하며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우려했다.
2009년 4월 13일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과 비계열사 주식보유 5% 제한규정을 폐지하고,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며, 유예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증손회사의 경우에도 40% 지분율(상장사 20%) 요건만 충족하면 되도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지주회사제도의 부정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는 사실상 모두 폐지되는 셈이며, 재벌그룹들은 소유지배구조상의 변화나 구조조정 부담은 거의 지지 않은 채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파이낸셜투데이=매일일보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