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물가 고공행진에 국민 시름···민생위기 해결 '급선무'

연속 3%대 물가 상승률···정부 대책에도 체감 '미비' 물가 안정에 여·야·정 협치 必···입장차 해결은 과제

2025-04-10     이태훈 기자
9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2주 간의 '총선 열전'을 마친 정치권을 기다리고 있는 과제는 단연 '민생위기'다. 특히 계속되는 물가 고공행진에 대한 파훼법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평가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高) 파고로 서민 시름이 어느 때보다 깊어진 상황인데,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정 협치는 필수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1분기를 '물가와의 전쟁'으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2.8%로 다소 주춤했던 물가 상승률은 2월과 3월 연이어 3.1%를 기록하며 다시 치솟았다. 특히 사과와 배 가격은 90% 가까이 치솟아 정부가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심 바로미터'인 물가가 연일 상승하자 정부 당국은 갖가지 방책을 내놓으며 물가인상 움직임을 차단하고자 했다. 농축산물 가격 안정 지원을 위해 15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고,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사업을 추진한 것이 그 일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겠다"며 "지원대상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민들이 이러한 물가 대책의 효과를 당장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할인 지원 정책에 농산물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혜택이 대형마트에 집중되면서 전통시장이나 동네 유통점 등에서는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물가'의 상징이었던 사과와 대파 등의 값은 내려갔지만, 이번엔 양배추·양파·당근 값이 뛰었다는 성토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공급측 문제에서 기인한 고물가를 단기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억누르면서 총선 이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500억원의 농축산물 가격 안정 지원금을 투입한 것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 조기 집행 등 재정을 함께 푼 것은 물가 측면에선 분명한 엇박자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다시 치솟는 국제유가는 정부의 물가 대책에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곧 출범할 22대 국회는 정부와 함께 민생 문제를 해결할 '쌍두마차'가 돼야 한다. 다만 정부·여당과 야당이 제시하는 물가 안정책에 근본적 차이가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출범 후 줄곧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예산 긴축에 집중했다. 총선 후 물가 안정을 위해 내놓는 대책 역시 재정을 대규모 투입하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 전망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미 총선 국면에서 1인당 25만원, 가구 평균 100만원에 이르는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공약했다. 사실상 현금성 정책으로, 야당이 이를 밀어붙일 경우 정부·여당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22대 국회가 21대 후반기 국회와 같이 정부·여당과 거대야당 간의 극한 대치로만 채워질 경우 빠른 민생위기 해결은 요원해진다. 이에 정치권에선 정부·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협상의 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선 야당이 줄곧 정부에 요청해온 '영수회담'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