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여소야대' 정국…22대 국회 과제는 사라진 '협치' 회복

고물가‧가계 부채 등 민생 문제 해결 시급 尹‧李 영수회담 등 '협치' 관계 설정 불가피

2024-04-10     조현정 기자
4·10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4·10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귀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도 '여소야대' 정국으로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가게 됐다. 여당도 국회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만큼 향후 윤 대통령과 야당의 '협치' 관계 설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게 됐다. 야당이 총선 과정에서 공언했던 민생 법안과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김건희'‧'채 상병'‧'이태원' 특검 법안들도 줄줄이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야당은 이미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간호법, 양곡 관리법 등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윤 대통령이 받는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윤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거부권을 행사하고, 야권의 입법 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의 무게감이 이전과는 크게 다르다. 취임 이후 2년 동안 이미 9번이라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역대 최다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쓴 상황이다. 특히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로 반복되는 여야 간 정쟁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 국민적 피로감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이 던진 '정권 심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변하지 않고 야당과 대립하는 모습을 유지한다면 국정 운영 동력 자체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은 제대로 추진도 못하고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협치의 첫 출발점은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했던 '영수회담'의 수용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식 석상에서 조우한 경우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이 대표와 만나 국정 운영을 논의한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 대담에서 "(이 대표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것들도 있지만, 정치는 정치고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영수회담에 선을 그었다. 이어 "여당 지도부를 대통령이 무시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야당에 넘겨준 상황에서 더 이상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회피할 명분이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와 함께 물가 폭등과 가계 부채,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등 민생 현안을 비롯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문제 해결이 시급한 현실은 여야 협치 당위성에 힘을 실을 수 밖에 없다. 여당의 지원이 이전보다 크게 약화된다는 점도 윤 대통령이 협치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총선 참패 원인의 화살이 공천을 주도했던 친윤계(친윤석열계)를 겨냥, '친윤 책임론'이 불거지면 비윤계(비윤석열계)가 당 내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과정에서 언급됐던 윤 대통령의 탈당 또는 출당 요구도 다시 거론될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이 임기가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보다 길어진 만큼 수직적 당정 관계도 크게 흔들릴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