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정권 심판' 압도적 여론 확인···與 대참패 배경은 尹 '불통'

민주당 '단독 과반' 압승···국민 '정권 심판론' 손 들어줘 이종섭·황상무 등 민심 역행 국정운영···조기 레임덕 무게

2025-04-10     염재인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에서 여야 간 '심판론'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민심은 결국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줬다. 출범 이후 내내 지적된 '불통' 논란에 여론을 역행하는 국정 운영 등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목표인 단독 과반 이상을 달성한 것은 물론 여당에 대항해 범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향후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10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2대 총선에서 범야권이 여당에 맞서 압승을 거뒀다. 이번 총선 내내 여당의 '야당 심판론'과 야권의 '정권 심판론'이 격렬하게 맞붙은 상황에서 민심은 야권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 참패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민심과 역행하는 불통 행보를 비롯해 국정운영 미숙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 강행으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를 불러온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발표 초반 증원에 찬성하던 여론도 정부의 강경 대응에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설상가상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사실상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민생토론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굵직한 현안을 발표하는 등 민생 행보에 나섰다. 해당 정책들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선심성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이중 정책 다수는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거나 사회적인 합의 등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특히 이번 총선을 앞두고 주요 격전지를 다니며 각종 정책을 발표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관권 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도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은 법무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고 출국시키면서 민심은 더욱 악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과 이 전 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소환 조사할 경우 귀국하겠다며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거취 문제에서도 동일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실은 해당 논란이 불거지자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철학"이라며 두둔했지만, 수도권 여론이 총선 판세에 영향을 줄 만큼 악화되자 결국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 실축도 있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종섭·황상무 사태와 관련해 논란 초기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후 수도권 여론이 총선 판세에 영향을 줄 만큼 악화되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들의) 과거 발언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지적이 있을 경우 과감하게 정리하고 교체했다“며 뒤늦게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수직적인 당정 관계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가능성과 관련한 '사천(私薦)' 논란을 놓고 한 위원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알려지면서 당무 개입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21년 12월 성비위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 교사 등과 관련한 징계에 이어, 2022년 7월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양두구육' 등 비난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1년 6개월 추가 징계,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당시 이 전 대표 중징계 배경에 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김기현 전 대표 자진 사퇴 역시 사실상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이 밖에 3·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당시 유력 주자인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역시 대통령실의 '각 세우기' 등으로 주저앉은 바 있다.  '공정과 상식'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윤 대통령의 민심 이반 행보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대처에서 쐐기를 박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방영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 출연해 김 여사의 해당 의혹과 관련해 사과 발언 없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라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초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사과 표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사과보다 '부인 감싸기'를 택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거듭된 불통 기조로 민심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면서 정부 출범 3년차에 낙제점을 받아들게 됐다. 이에 따라 임기 중·후반기 국정운영 동력는 물론, 남은 임기 3년 동안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여당 역시 21대 국회에 이어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정부의 국정 운영 뒷받침과 관련해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