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대선 땐 尹 밀었는데···'확' 돌아선 수도권 민심

尹에 힘 실었던 지역들, 2년 만에 '회초리'

2024-04-10     이태훈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던 수도권 여론이 이번 총선에선 급격히 돌아선 모습이다. 윤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던 지역구는 여당 열세로 돌아선 경우가 많았고, 일정 지지를 받았던 곳에서는 크게 외면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야권이 총선 국면에서 내세운 '정권 심판론'이 수도권에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10일 오후 10시 40분 개표 현황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윤 후보에게 더 큰 지지를 보냈던 수도권 지역구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가 근소한 열세로 접전을 벌였던 곳에서는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서울에서 두드러졌다. 윤 후보는 지난 대선 '신(新) 정치 1번지' 용산에서 56.44%의 지지를 받아 39.86%를 얻은 이 후보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현 시간 개표 상황 기준으로는 강태웅 민주당 후보가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2년여 만에 약 15%p의 표 이반이 발생한 것이다.

종로의 상황도 비슷하다. 종로는 지난 대선 윤 후보에겐 49.48%, 이 후보에겐 46.42%의 지지를 보냈으나 이번 총선에선 현재까지 곽상언 민주당 후보에게 약 52%,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에겐 약 43%의 비율로 표를 던진 상황이다. 윤 후보가 약 67%의 몰표를 받았던 강남 3구도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경기도에선 성남 분당의 표 이반이 뚜렷하다. 경기권에서 보수세가 뚜렷한 것으로 평가받는 분당은 대선에서 윤 후보에게 55.00%의 지지를 보내며 이 후보(42.34%)와의 격차를 벌리는데 크게 공헌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갑·을 지역구 모두 민주당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 나타났다.

윤 후보에게 53%에 가까운 지지를 보냈던 과천·의왕에서도 이소영 민주당 후보가 최기식 국민의힘 후보를 현 시간 기준 약 3%p 차로 앞서고 있다. 이 밖에 포천·가평과 여주·양평 등도 20대 대선에 비해 민주당 표가 늘어난 지역구로 꼽힌다.

이 같은 수도권의 '변심'은 예견돼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1명을 대상으로 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유·무선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4.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서울과 인천·경기에서 모두 40%를 넘지 못했다.

특정 정당의 '텃밭'이 있긴 하지만, 표심을 바꿀 수 있는 유권자 비율이 전국 어느 지역보다 높은 것이 수도권 특징이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에게 실망한 수도권 민심이 이번 총선에서 제대로 회초리를 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