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범야권 압승에···尹 조기 '레임덕'‧한동훈 미래 '안갯속'
'여소야대' 의회 구도···정국 주도권 빼앗겨 野 '김건희‧채상병‧이태원' 특검법 예고 '참패 책임' 한동훈 대권가도에 빨간불
2024-04-10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의 단독 과반 압승이 예상되면서 임기를 3년 남긴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레임덕' 수순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건희‧채상병‧이태원' 특검법 추진을 예고한 상태에서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는 '데드덕'으로 빠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당의 총선을 이끌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미래도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의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 범야권이 200석 안팎을 확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당장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윤 대통령은 여당의 참패로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여소야대' 의회 구도 속에서 예산안과 인사권 행사에 있어 여전히 야당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의석수로만 따지면 야당의 입김이 이전보다 더욱 세진 것이어서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임 직후부터 야심 차게 추진하던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관련 입법도 야당의 견제를 피할 수 없다. 특히 총선 악재로 작용했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도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을 확인한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반발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임기 전반기 여소야대와 후반기 여소야대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레임덕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다. 정권 초반에는 여소야대 국면을 윤 대통령이 강력한 당 장악력으로 돌파해 왔지만, 이번 총선 참패로 수직적 당정 관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새롭게 뽑힌 여당 의원들의 임기가 윤 대통령의 잔여 임기보다 더 길어지면서 그간 공천권을 틀어쥐고 장악했던 윤 대통령을 향한 당내 불만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야권이 총선 과정에서 예고했던 '김건희‧채상병‧이태원' 특검법 처리 여부가 윤 대통령 레임덕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권 내 권력의 무게추가 용산(대통령실)이 아닌 여의도(국민의힘)로 쏠리면서, 특검법 협상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여당의 태도 변화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남은 임기 동안 야당은 물론 여당에도 끌려다닐 수 있다. 이미 총선 과정에서 터져 나온 윤 대통령의 탈당 요구도 다시 분출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3선인 조해진 경남 김해을 국민의힘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내각 총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전초전이었다. 당시 조 의원은 "오만과 독선으로 불통의 모습을 보인 것, 정치를 파당적으로 한 것, 인사를 배타적으로 한 것, 국정 과제에 혼란을 초래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