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한미 경영권 접수’

2004-02-23     파이낸셜투데이

증권거래소 상장 14년6개월 만에 자진 폐지

씨티그룹이 3조여원을 투입해 한미은행 경영권을 인수한다.    씨티그룹은 칼라일그룹과 JP 모건 컨소시엄의 한미은행 보유 지분 36.6%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잔여 지분도 공개 매수를 통해 최대 100%까지 주당 1만5천500원에 인수하기 위해 총 3조1천 800억원(27억3천만달러)을 투입할 계획이다.    소액주주에 대한 공개 매수 청구가격은 주당 1만5천500원으로 제시됐다.    주당 인수 가격은 과거 30일간의 한미은행 평균 종가인 1만4천530원 대비  6.7% 프리미엄과 과거 6개월간의 한미은행 평균 종가인 1만3천228원 대비 17.2%의 프리미엄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씨티그룹은 설명했다.    씨티그룹과 한미은행은 계약을 승인했으며  한미은행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보유 주식을 씨티은행에 매도하도록 권고했다.    공개 매수는 관련 기관의 승인을 받은 즉시 시작되며 이번 거래는 오는 2.4분기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씨티그룹과 한미은행은 이번 거래는 칼라일 컨소시엄에서 인수할 36.6%  이외에 추가로 최소한 43.4%를 공개 매수해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경쟁을 벌였던 스탠다차타드은행의  한미은행 보유 지분(9.76%)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어 이 지분 역시 공개 매수를 통해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씨티그룹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인 데릭 모건 회장은 "한국은 씨티그룹이  전략적으로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하고 "한미은행과 씨티그룹은  이번 통합을 통해 세계적인 역량을 지닌 선도적인 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 회장은 "우리는 이번 계약이 매력적인 성장시장에 씨티그룹의 세계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괄적인 계획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고 "임직원에게는 새로운 기회, 주주에게는 더 나은 실적이 각각 주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우리는 이번 거래를 통해 주주들에게 투자에 대한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들에게는 세계적 수준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며 임직원에게는 경력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미은행은 증권거래소 상장 14년6개월 만에 자진 상장 폐지의 길을 걷게 됐다.    한미은행의 경우 씨티그룹이 최소한 80% 이상의 지분 보유 방침을 천명한  만큼 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한미은행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별도의 절차 없이도  2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상장폐지가 이뤄지게 된다.    씨티그룹은 그러나 칼라일로부터 넘겨받는 36.6%를 포함, 80% 이상의 지분 확보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함으로써 조기 상장 폐지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거래소 규정상 유가증권의 상장폐지 신청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치면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이 한미은행 주식의 공개매수에 성공, 소액주주 반발 등  상장 폐지의 장애 요인들을 최소화하면서 상장 폐지를 원활히 추진해 나갈 수 있을 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한 증시 전문가는 "씨티그룹측이 80% 이상의 지분 확보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점을 볼 때 이미 주주들과 내부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한미은행이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인 만큼 주가도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미은행이 상장 폐지된 뒤에도 계속 주주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 소액주주라면 보유 주식을 장내 매도하거나 씨티그룹측이 주당 1만5천500원을  제시한  공개 매수에 응하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미은행의 상장 폐지 신청에 대한 증권거래소의 승인 여부가  관건이라할 수 있다.    거래소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공익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만큼 규정상으로는 상장 폐지를 불허할  장치는 마련돼 있는 셈이다.    특히 `공익'이라는 추상적 문구가 포함됨으로써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한미은행의 상장 폐지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거래소는 그간 상장 폐지를 신청하는 기업들에 대해 주로 `투자자 보호' 여부에 대한 판단을 중시, 관행적으로 최근 거래 가격에 10% 가량의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에 공개 매수가 이뤄진 경우는 상장 폐지를 승인해 왔다.     씨티그룹이 정한 주당 인수 가격은 과거 30일간의 한미은행 평균 종가인 1만4천530원에 비해 6.7%, 과거 6개월간 평균 종가인 1만3천228원에 비해서는 17.2%의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이다.


    특히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본격인수 함으로써 금융권은 또다시 M&A의 회오리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진적인 관치와 금융 관행에 길들어 있는 은행은 물론 보험, 증권,  카드 등 국내 금융계 전반이 상품 개발, 위험 관리 등의 선진기법을 조속히 도입해야  하고 정부도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씨티의 한미은행 인수는 한국의 금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즉, 전문가들은 ▲치열한 상호 경쟁으로 금융기관들의 상품 개발, 위험 관리 등의 수준이 개선되고 ▲전반적으로 고객 서비스 향상의 계기가 되는 데다 ▲금융  관련 제도나 기준 등이 선진화될 수있다는 점을 기대했다.    그동안 적어도 국내 무대에서는 국내 은행들에 맞설 제대로 된 적수가 없었다.    그러나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단기 이익만  노리는 투자펀드와 달리 장기적 안목과 실력을 겸비한 외국 상업은행이 국내 은행의  경영권을 완전 인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한미은행'이라는 짝짓기가 갖는 파괴력은 대단할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은 물론 보험, 증권, 카드를 아우르는 `고품질' 선진 종합금융상품과 기법, 37년간의 국내 영업을 통해 축적한 영업 노하우, 여기에 전국 225곳에 걸친  한미은행 영업망이 결합되면 국내 금융시장에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티은행은 서울, 분당, 부산의 12개 지점만으로 이미 수익성 지표가 2002년 기준 총자산수익률(ROA) 0.79%, 자기자본순이익률(ROE) 13.46%, 순이자마진(NIM) 2.78%로 웬만한 국내 시중은행에 맞먹는 수익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외 은행간에 갈수록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상위  고소득 예금자 시장에서 `한수 위'인 씨티은행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씨티은행이 지닌 최대 강점이 바로 고소득층에 특화된 프라이빗 뱅킹(PB)과  자산 운용 부문으로 한미은행 영업망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파고든다면 국내 은행들은 수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의 벽이 허물어진 보험, 증권, 카드업종 역시 `씨티 태풍'의  영향권에서 살아 남기 위한 경쟁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소매금융 뿐 아니라 기업금융도 국내 은행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씨티은행의 공세에 노출돼 있다.    씨티은행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뉴브리지 캐피털이 대주주인 제일은행과 론스타가 인수한 외환은행도 앞으로 2∼3년 안에 한미은행  방식대로 대주주간 `손바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국내외 은행간의 생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 것이 왔을 뿐"이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이미 비상령이 발동된 상태다.     이미 외국 은행의 입성에 대비해 다양한 선진 금융상품과 기법을 속속 도입하기는 했지만 한미은행의 영업망을 등에 업은 씨티은행과 정면 승부를 펼치기에는 준비가 덜 됐다는 게 대다수 은행 소매금융 담당자들의 얘기다.     각 시중은행은 이에 따라 고소득층을 겨냥한 PB 영업 중심의 상품 개발과  점포 확장, 전문 인력 보강 등 벌써부터 다각도의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PB 영업 점포는 하나은행이 120곳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은행들은 대부분 10곳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은행 윤종규 부행장은 "씨티은행의 진출에 긴장하는 것은 어느 은행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나름대로 대응 체제를 갖춰  왔고 필요에 따라 보완도 할 예정이어서 크게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직원들의 전문성과 상담 능력이 크게  향상돼 있고 상품도 결고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은행권 중에서 가장 긴장하는 곳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후발 은행들.  씨티은행이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고객군 비중이 높아 직접  맞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소매금융 체제 전반을 선진 은행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상태"라고 밝히고 "공정한 경쟁을 펼친다면 고소득층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만한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면 1∼2년 안으로 은행권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므로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못하면 자연스레 퇴출의 쓰라린 고배와 함께 인수.합병(M&A)의 먹이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이는 씨티은행의 진출에 맞서 몸집을 더 불릴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국내 `빅4' 은행의 이해와도 맞물려 은행권 전체를 다시 한 번 인수.합병의 회오리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다.    총자산 100조원이 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는 있지만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있는 씨티은행과의 경쟁에서 버티려면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는 게 이들  은행의 공통된 상황 인식이다.     총자산 220조원의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은 "씨티은행  같은 해외 선진 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민은행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국내 은행도 추가 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더 키우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 대규모 지분 매각이 본격화될 우리금융지주,  뉴브리지캐피탈이 주인 찾기에 나선 제일은행,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는 외환은행이 M&A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금감원도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로 감독과 영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인 씨티은행이 국내에 생소한  금융 상품을 내놓고 다른 은행들도 유사한 상품을 출시할 경우 이에 대한 감독상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세부 감독 규정 등의 신설과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외환 위기 이후 국내 감독 기준이 미국 등 국제적인  수준에 맞게 개선돼 왔기 때문에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지금까지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당국의 정책에 협조적이었지만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에도 같은 태도를 보여줄 지는 미지수"라며 거대 은행으로 변모한 씨티은행의 정책 협조 여부에 관심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한미은행 인수로 덩치를 키웠고 시장에서의  발언권도 세진 만큼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 당국은 또 선진 금융 노하우를 가진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가 국내  은행업계의 경쟁력 제고와 선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선진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으면 다른  은행들도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이에 따라 고객  서비스도 향상될 것으로 금융 당국 관계자들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