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격차 사회는 해결되지 않는다
2025-04-11 매일일보
미국 57.6%, 프랑스 47.2%, 영국 46.4%, 독일 41.1%, 일본 40.0%, OECD 평균 32.2% 그리고 한국은 13.9%. 이것은 무슨 숫자일까.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은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종사자 250명 이상 기업 일자리 비중은 13.9%로, 관련 통계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3.9%, OECD 꼴찌다. 대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봤을 때 OECD 평균은 32.2%다. 한국은 주로 '종사자 300명'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만, OECD는 250명을 기준으로 한다. 이른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극도로 낮은 것이다. 사업체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도 크다. 2022년 5~9인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했다. 중견기업급(100~299인) 사업체 역시 71%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이라는 양질의 일자리가 제한되면서 과도한 입시경쟁과 극심한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연구 보고서를 통해 대학입시가 중요한 이유가 데이터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상위 20% 대학교의 졸업생이 하위 20%보다 많게는 50% 가까이 임금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도한 임금 격차가 입시경쟁을 부추기고 저출생·지역 불균형 등 사회적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는 4년제 일반 대학을 수능성적에 따라 5개 분위로 구분한 후 1분위(하위 20%)부터 5분위(상위 20%) 대학 졸업생의 평균임금을 연령대별로 계산했다. 그 결과 1분위 대비 5분위의 임금 프리미엄은 20대 후반(25∼29세)에 25%, 30대 초반(30∼34세)에 34%, 30대 후반(35∼39세)에 46%로 점차 늘었다.
40대 초반(40∼44세)에는 51%로 정점을 찍었다. 1분위가 평균 임금 5천만원을 받을 때 5분위는 약 1.5배인 7천50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후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45∼49세에 33%, 50∼54세에 10%, 55∼59세에 1%로 낮아졌다. 연구는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수능점수가, 대학입시 결과가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학 재학 기간에도 나타난다. 대학 알리미에 공개된 2023년 기준 서울대의 1인당 학생 교육비는 5800만원이다. 그런데 같은 국립대인 부산대 1인당 학생교육비는 2310만원, 경북대 2380만원, 전북대 2140만원, 전남대는 2410만원, 충북대 2360만원, 충남대는 2220만원, 강원대 1980만원, 제주대 2090만원, 경상국립대 2010만원으로 인서울 국립대와 지방 국립대 간의 교육비 격차도 상당하다. 같은 국립대이지만, 지방 국립대는 서울대의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과연 이러한 교육비 격차는 공정한 것일까. 왜 아무도 문제 제기나 해결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을까. 수능점수가 대학입시 결과가 양질의 교육, 양질의 일자리 등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인서울 국립대와 지방 국립대의 교육비 격차는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10년 후일까, 100년 후일까. 필자는 감도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