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기지개 켠 ‘패션·명품플랫폼’…연속 상승세 이어갈까

무신사, 머스트잇 등 실적 개선세 뚜렷 中 이커머스 업체 한국 사세 확장 변수

2024-04-14     민경식 기자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지지부지한 모습을 보여왔던 패션·명품플랫폼이 모처럼 반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온라인 시장 판흔들기에 나선 만큼, 지속적인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차별성을 발굴·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패션플랫폼(무신사·지그재그·에이블리)과 명품플랫폼(머스트잇·트렌비·발란)이 연이어 호실적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무신사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약 8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9% 성장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약 37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다만, 이는 임직원에 대한 주식 보상 비용이 대거 발생한 데 따른 일시적인 결과로 올해부턴 일회성 지출이 줄어들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무신사는 신사업으로 전략적으로 키우는 브랜드 비즈니스는 물론 오프라인 확장, 글로벌 진출, 한정판 플랫폼 ‘솔드아웃’ 등에서 체계적인 계획하에 비용 효율적인 성장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스타일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2% 증가한 165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652억원(전년비 109%↑), 2022년 1018억원(전년비 56%↑) 등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액은 198억 원으로 2022년(518억 원) 대비 320억원 개선했다. 특히, 카카오스타일의 대표 서비스인 ‘지그재그’ 비용 구조 효율화에 박차를 가한 결과, 지그재그 플랫폼은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그재그의 영업이익 흑자는 2019년 이래 4년만이다. 에이블리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보다 증가하고 첫 연간 흑자까지 달성했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 2595억,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744억원 손실을 뛰어넘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에이블리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체질 개선을 꾀했다는 입장으로 향후 글로벌을 비롯한 신사업 투자에 잰걸음할 계획이다. 웹툰, 웹소설, 커뮤니티 등 사용자 서비스를 고도화해 ‘스타일 포털’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발란은 지난해 거래액 약 4000억원을 달성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99억으로 2022년(-393억 원) 대비 73% 개선하며 적자폭을 줄였다. 지난해 9월 창사 이래 첫 월간 손익분기점(BEP) 기록을 기점으로 지난해 4분기~올 1분기 2분기 연속 흑자를 이뤘다. 발란은 올해를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고 이를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건다. 아시아권 국가의 주요 플랫폼과 제휴해 해당 국가에 진출하거나 자체 글로벌 앱 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한편, 카테고리 확장 등 신사업도 펼칠 방침이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당기 순이익 5.6억을 기록하며 2021년(-100억), 2022년(-170억)에서 3년만에 흑자 전환을 거뒀다. 지난해 꾸준한 기술 및 인적 자원 투자를 통해 외형 확장과 광고 선전비 효율화, 리텐션 강화 등 내실에 주력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트렌비는 지난해 402억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4.4%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다만, 동기간 영업손실은 전년 208억원에서 지난해 32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는 중고 명품 사업이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이익률을 향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직접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총이익률이 전년 29% 대비 45%로 올랐다. 이 가운데 중고 명품 사업의 경우 트렌비 매출총이익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이같이 패션·명품플랫폼이 본격적인 성장궤도를 진입할 채비에 나서고 있지만, 마냥 안도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일명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로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 시장에 가공할만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이커머스 내 저렴한 의류 구매 비중은 높은 편으로 국내 패션 플랫폼의 고심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신사업 확장, 킬러 콘텐츠 발굴, 오프라인 진출 등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년 사이 이른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 이용 현황과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3.1%는 중국 플랫폼 이용 사유로 ‘제품 가격이 저렴해서’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투자 심리 악화, 출혈 경쟁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절치부심 끝에 수익성을 개선하는 모습”이라며 “다만 최근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유통 시장 내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