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 펑크에 1분기 '한은 마통' 32.5조 썼다

역대 최대...3월까지 45.1조 대출받고 12.6조 갚아 이자만 638억원...대출조건 강화에도 잔액 더 늘어

2025-04-14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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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부가 올해 1분기에만 한국은행에서 33조원 가까이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 속에 경기와 부동산 거래 부진 등으로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힌 상태에서 연초 재정 집행이 집중되자, 한은에 터놓은 '마이너스 통장'(일시 대출 제도)에서 돈을 대거 빼낸 것이다. 통계가 존재하는 2011년 이래 가장 큰 일시 대출 규모다. 지급해야 할 이자만 이미 약 640억원에 이른다. 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3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과거 연도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1분기 대출 잔액이다. 지난해 1분기 잔액(31조원)보다 1조5000억원 많고, 코로나19 발병과 함께 갑자기 돈 쓸 곳이 많아진 2020년 1분기(14조9130억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특히 올해 3월 일시 대출액(35조2000억원)은 14년을 통틀어 월별 역대 최대 대출 기록이다. 1∼3월 누적 대출액은 45조1000억원으로, 결국 정부는 1분기에 총 45조1000억원을 빌렸다가 12조6000억원(누적 대출 45조1000억원-대출 잔액 32조5000억원)만 갚은 상태다 이런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638억원으로 산출됐다. 한은은 정부로부터 해당 이자를 2분기에 받을 예정이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많이 이용할수록, 결국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3월 기간에는 통상 세수가 별로 없어서 한은 일시 차입이 많은 시기다. 예를 들어 법인세의 경우 3월 말까지 신고하지만, 국고에 들어오는 것은 4월"이라며 "더구나 올해는 상반기에 재정 집행이 많아 한은으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일시 대출이 급증한 데 대한 지적이 많아 기재부와 협의해서 부대조건에 일시 대출금 평잔이 재정증권 발행 평잔을 넘지 않는 등의 조건을 추가했다"며 "기재부가 부대조건을 준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