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政대화 ‘도루묵’… ‘의대증원 철회' 원점으로

政, 한덕수 총리 사의 표명으로 대화체 구성 동력 잃어 의료계, 대화 추진 입장 접고 의대증원 철회 재촉구

2025-04-14     이용 기자
김택우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대증원 규모 조정을 시사하던 의료계가 도로 증원을 철회해야 한다며 입장을 굳혔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단체들은 일제히 ‘정부여당의 총선 패배는 국민의 뜻’이라 평가하며,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여당의 총선 참패는 사실상 국민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내린 심판"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지난 2월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과 2000명 증원안을 발표했을 때 해당 정책의 추진 명분은 국민의 찬성 여론이었지만, 국민들은 정부의 목적이 의료개혁이 아니라 총선용 포퓰리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들어 의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김택우 의협 비대원장은 오늘(14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비대위와 갈등을 빚는 임현택 회장 당선인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이 내부 갈등 봉합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협회의 통일된 의견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노환규 전 의 회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의사 및 과학자, 이공계, 법조인 등 전문가 중심의 정치 세력을 만들고자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당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공식 성명서를 통해 “제22대 총선 결과는 정부의 독단과 독선, 그리고 불통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전의교협은 정부 뿐 아니라, 의대증원 배분을 신청한 전국 대학에도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만남 이후, 의정 간 대화에 긍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정부는 의료계에 각 단체가 의견 통일을 하고 과학적인 증원 규모를 제시할 경우, 대화에 나설 뜻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의협도 화답해 타 단체와 합동 브리핑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정부여당의 총선 패배로, 정부는 의료계와의 협상은 커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까지 축소됐다. 본래 중대본 회의는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개최했만, 중대본부장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12일 회의는 부 단계(보건복지부)인 중수본 회의로 대체됐다. 정부 브리핑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 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매 중대본 회의 때마다 총리가 의료계에 요청했던 대화 요청도 중단됐으며,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 간 논의 자리도 사라진 상태다. 의정 대화 자리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의료계가 다시 의대증원 철회를 촉구함에 따라, 정부가 다시 사직 전공의 면허정지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협상의지를 밝힌 이후, 본래 26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사직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은 잠정 보류한 상태다. 최근 법원이 정부가 의협 핵심 관계자에 처분한 면허정지를 유효하다고 보면서, 의료계의 투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교사했다는 이유로 복지부로부터 의사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번 판례를 계기로, 의협 핵심 관계자에 대한 정부의 면허정지가 정당하단 명분을 얻은 셈이다. 여당의 총선 패배로, 오히려 사직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S병원 의료인은 “여당의 패배에 대해 의사들이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는데, 총선 결과가 어떻든 의사들에게 불리한 상황임은 매한가지다. 정부 여당의 무리한 의대증원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 한 것이지, 대부분의 국민들은 여전히 의대증원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선에서 진 정부여당 입장에선 이젠 표밭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본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