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 사상 최다 '비례' 무효표···'선거제 개편' 논의 물꼬 트나

개혁신당 전체 득표보다 많은 4.4% 비례대표 무효표 '소선거구 고수' 與 내부서도 선거제·국회 특권 개혁 주장

2025-04-15     이설아 기자
제22대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4·10 총선이 끝난 직후 선거제 개편과 국회의원 특권 포기 등의 '정치 개혁' 논의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역대 최다 무효표가 나온 이번 총선에서의 교훈을 얻어, 국민의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선거에서 참패를 겪은 여당을 중심으로 개혁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정당 투표에서 무효표가 역다 최다인 130만9931표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정당 투표수 2834만4519표 중 약 4.4%에 해당하는 수치로 '제4정당' 개혁신당보다 많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 결과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총 4개로,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가 36.67%,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 26.69%, 조국혁신당이 24.25%, 개혁신당이 3.61%를 얻어 원내에 진출했다. 이번 총선 무효표 수와 비율은 정당 투표가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최다 및 최고 기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기 전인 2015년 20대 총선까지만 해도 정당 투표 무효표 수는 17대 약 29만표, 18대 약 28만표, 19대 약 47만표, 20대 약 67만표 등으로 비율상 약 1~2%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정당 투표 무효표는 약 123만표로 비율이 4.2%로 상승했고, 이번 총선에서 이를 다시 경신했다. 이에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무효표를 증가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지역구에서 소선거구제 등으로 인해 국민 민심이 왜곡되는 일이 잦아지며, 전체적인 투표의 효능감 자체가 낮아진 것이 정당 투표에서의 무효표 증가로 연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역구에서 득표율과 상관없이 1위 후보만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그 결과 이번 총선에서 전체 254개 지역구 중 민주당 지지율은 50.5%, 국민의힘은 45.1%로 불과 5.4%p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수는 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90석으로 무려 71석의 차이를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야당의 소선거구제 개혁 및 석패율제(지역구 권역별 가장 득표율이 높은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구제) 도입 요구를 반대해 온 국민의힘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도 변화에 인색했던 태도가 이번 선거에서 막대한 손해로 돌아오게 됐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을에 출마했던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거나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면 석패율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정치 효능감을 상승시키기 위한 정치 개혁 공약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날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선거 패배에 따른 당내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는 것 못지않게 대국민 약속인 정치개혁안 실천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늦춰선 안 된다"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와 무노동 무임금,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등의 정치개혁안을 이행해야 한다고 당에 요구했다. 그는 "선거에서 졌다고 국민과 한 약속까지 파기되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 국민의힘은 현란한 말 잔치로 끝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내로남불 조국 대표의 조국당과 다르다는 사실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