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 번 좌초됐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무리한 추진은 실패”

글로벌 금융위기·투기 성행 등… 10년간 사업 자초

2024-04-15     나광국 기자
서울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서울시가 국제 업무지구로 조성 예정인 용산정비창 부지는 과거 민간 개발사업이 무산되는 등 풍파를 겪었다.

업계에선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 자체는 지역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요인이나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주택시장 경기가 위축돼 있어 투자를 자극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과 함께 무리한 추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정비창 부지는 약 50만㎡다. 여의도 공원의 2배, 서울광장의 40배에 이른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013년 도시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된 이후 10년째 사실상 방치됐다. 지난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개발 계획 발표 당시 인근 지역 땅값이 급등하는 등 정비창 부지 일대 부동산 투기 광풍까지 불면서 복마전으로 변질됐다. 이 같은 복마전 속에 이해 관계자들의 끊이질 않는 갈등은 ‘용산 참사’로 이어졌다. 2009년 1월19일 용산4 재개발 구역에서 보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던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압회 회원들이 경찰특공대와 대치하다 주민 5명 경찰 1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 당했다. 여기에 지난 2013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업무지구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부도가 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자금난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좌초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요인이지만 최근 고금리 상황과 유동성이 사라진 시장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또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할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에서 고밀 복합개발이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면서도 “개발을 서두르기 보다는 주변 교통환경영향 평가나 도시기반시설 등에 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권 교수는 “막대한 재정 투입되는 사업이나, 사업시행자인 SH와 코레일이 고밀 복합개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며 “기획 단계부터 고밀 복합개발 역량을 갖춘 민간 기업들과 협업하고, 개발이익도 공공과 민간이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이 안 됐고 계획이 계속 바뀌어 온 만큼 신뢰가 높지 않다”며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충분한 투자와 이해관계 충돌 방지 등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