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2의 ‘통상임금 사태’ 가능성에 긴장하는 재계

경영성과급 임금 해당 여부 대법원 판결 ‘촉각’ 통상임금 관련 기업 패소 사례는 잇따라

2024-04-15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재계가 평균임금의 성과급 포함 여부를 판단하는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결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다. 야간 근무, 연장 근무, 휴일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우선 현대해상의 임금 청구 소송에 대한 대법원 결론에 이목이 쏠린다. 앞서 1, 2심 모두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1, 2심 모두 경영성과급의 근로 대가성이 부정되며 승소한 바 있다. 재계는 대법원이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하게 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본다. 예로 장기근속자의 평균임금이 10만원만 늘어도 퇴직금이 수백만원 규모로 대폭 커진다. 제2의 통상임금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통상임금 사태는 지난 2013년 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 소송 사태가 빚어진 것을 일컫는다. 최근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연 '올해 주목해야 할 노동 판결 및 기업 인사노무 전략 웨비나'에서 "대법원이 경영 인센티브를 임금으로 인정하면 그동안 퇴직금과 휴업수당 산정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돼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 제2의 통상임금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제외 기준인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여부도 쟁점이다. 세아베스틸은 재직 중인 직원에게만 지급한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재직 조건부 급여의 통상임금 입장을 변경할 경우 기존의 '제외' 입장을 신뢰해 임금체계를 구축한 기업들에 엄청난 폭탄으로 작용해 갈등과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업 패소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근로자 2800여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수당 차액 443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도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조와 11년간 장기 소송전을 벌인 끝에 지난해 7000억원 규모의 소급분을 모두 지급했다. 또 공기업에 대해선 이미 대법원이 경영성과급은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여러 차례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