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등진 ‘의료계’ 정부 인사권까지 개입… 政 ‘대화·처벌’ 양면전술 가동
尹대통령 "의료개혁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 기울일 것" 전공의 단체, 의정 대화 조건으로 복지부 차관 파면 요구 경찰, 집단행동 교사 의료인 23명 추가로 특정
2024-04-16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료계가 ‘의대증원 철회’란 입장을 고수하며, 박민부 보건복지부 차관을 파면하기 전까지 병원 복귀는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개혁 의지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의료계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 추진하던 의료계와의 대화 자리 마련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전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는 변함없으며, 의사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 대해서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해, 의료계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며 의료개혁 명분이 퇴색 됐다고 해석했다. 일부 의사들은 박민수 복지부 차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등, 정부의 인사권에도 개입했다. 전날 사직 전공의 1360명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 남용 및 권리 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박 차관이 건재한 이상 의료계와 정당한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당선인은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조 장관 및 박민수 차관 파면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환자 및 시민 단체는 의료계가 총선 결과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날(15일) "불법 행동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불편을 초래한 의료계는 사태 파악도 못 하고 총선 결과를 악용하며 정부에 원점 재논의를 주장하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같은 날 개최된 국가인권위원회 토론회에서도 의료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사가 응급·중증 환자에게 불편을 넘어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까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의료원장인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전공의 집단행동은 한국 보건의료의 적폐가 발현된 것으로 국민, 의사, 환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에 대해 "경실련은 전공의들의 박민수 차관 경질 요구를 맹비난했는데, 의료현장의 상황을 모른 채 전공의들의 주장을 비난하는 것은 몰상식 일"이라며 "경실련 임원들이 최소 6개월간 병원에서 전공의들과 생활해보고 말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한편, 일부 의료인에 대한 경찰 조사 및 행정 처분은 계속 진행되는 중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SNS에 전공의 집단행동 관련 게시글을 올려 복지부로부터 고발된 23명을 추가로 특정했다. 또 정부가 집단행동에 나선 의료인을 상대로 집행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법원은 잇따라 정부 손을 들어줬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교사했다는 이유로 복지부로부터 의사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이를 기각했다. 전공의 단체가 제출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도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결정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의대 증원으로 의학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신청인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대학의 교육 여건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이 정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향후 정부가 사직 전공의에 대한 처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