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추락에 주식시장 외인 이탈 우려
중동 불안에 환율 상승… 외국인 '팔자' 이어져
2024-04-16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간 이어져 오던 외국인 순매수세 행진도 끝을 맺게 됐다.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시장에선 장 초반 외국인은 19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국내증시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약 8% 상승하며 원화 약세, 달러 강세 기조가 심화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오른 1389.9원에 개장해 17개월 만에 1400원선까지 올라섰다. 앞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38억4000만달러 순유입됐다. 지난해 11월(+26억4000만달러) 이후 다섯 달 연속 순유입이다. 국내 주식 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자금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은은 “반도체 업황 회복과 정부의 국내 증시 저평가 대책 기대 지속 등으로 5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코스피 동력 약화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기인한 달러 강세는 외국인의 수급을 약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원화 약세와 외국인 순매도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해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일시적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따른 것일 뿐 국내기업들의 펀더멘털은 탄탄하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달러-원 환율 상승은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닌 일시적 오버슈팅의 가능성이 높다”며 “증시 전반에 걸쳐 극심한 가격 조정을 유발할 소지가 낮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급등해 지난 2022년 고점인 1444원을 돌파한다면 상황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기는 하다”며 “일각에서는 4월 외국인의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있는 만큼 환율 상승 요인이 남아있다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