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민생 생각하는 대통령이 줄여버린 공공주택 평수

2025-04-16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4.10 총선은 예상대로 야당의 압승을 끝났다. 의석수는 범야권 190여석, 여당 108석이다. 다시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4년 전 21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가 다시 재현됐다.

수치론상으로 4년 전과 유사하지만 후폭풍은 다르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공정’을 외친 윤석열 대통령을 앞세워 2022년 정권 교체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사표를 낸 국무총리, 비서실장, 비서실 수석의 후임을 선임하기 어려울 정도로 벼랑 끝에 있다. 필자는 여러 패배 요인에도 불구,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몰린 이유로 ‘대통령의 성격’을 꼽는다. 김건희 여사 특검, 이종섭 전 호주대사 사건, 875원 대파 등이 주요 패배 키워드로 꼽히지만 좋은 말로 표현하면 ‘뚝심’, 비판적인 표현으로는 ‘아집’인 윤 대통령의 성격이 패배를 불렀다. 특히 그의 성격은 지난 2년간 펼친 정부 정책에서 ‘모순’이라는 키워드만 드러냈다. 대표적인 예시가 ‘청년 정책’이다. 일명 ‘이대남·여’로 불리는 2030 청년세대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생의 1등 공신이다. 윤 대통령 역시 정부 출범 이후 이들을 위한 다양한 분야 정책을 공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2년간 청년 정책을 ‘아쉽지만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서 그는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기 위해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하고, 청년들의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 지원도 엄청나게 늘리기는 했다”며 “그러나 아직 많은 청년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말대로 그의 청년 정책은 ‘방향은 옳지만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단계’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모순으로 일관된 정책’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지난달 말 개정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에 기인한다. 해당 규칙에서 모순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부분은 전용면적이다. 청년층이 많은 1인가구에 대한 전용면적 기준을 줄여버렸다. 개정 전 40㎡이었던 국민임대·행복주택 1인가구 전용면적 기준은 개정을 통해 35㎡로 면적이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1인가구 평균 주거면적이 44.4㎡인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정부가 1인가구의 주거 행복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해당 규칙 개정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종합한다면 “청년들은 좁은집에도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곡해할 수 있다. 국가 장학금 대폭 확대에 대해서는 ‘R&D 예산 대폭 삭감’으로 모순을 바로 증명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올해 R&D 예산은 25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6000억원 줄었다. IMF 외환위기에도 줄지 않았던 R&D 예산은 약 25년이 지난 2024년에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삭감됐다. R&D 예산 중 적지 않은 부분이 과학인재 장학금으로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국가 장학금 대폭 확대라는 평가는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는 매우 어렵다. 4.10 총선은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엄중히 평가한 ‘정권 심판’의 성격이다. 정권 심판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정부 내각뿐만 아니라 일관되지 못하고 모순투성이인 정책도 포함된다. 정말로 실낱같은 기대만 남았지만,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자신의 뚝심 또는 아집을 벗어던지고 민생을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 ‘개안(開眼)’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