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야 이견 없는 ‘늘봄학교’, 교사 반대 왜?
일선 현장 각종 파열음 나와…2학기 전면 도입 ‘시한폭탄’
2025-04-16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교육부가 저출산 대응 및 교육개혁 차원의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앞두고 시범사례를 늘렸지만, 학교와 교사 및 학부모 등과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초등학교 6175곳 가운데 46% 수준인 2838곳의 늘봄학교가 우선 도입됐다. 약 1달 동안 참여학생 1만4000여명이 증가해 1학년 학생 중 74.3%인 13만6000명이 늘봄학교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는 충분한 인력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영남권 한 초등학교에서는 늘봄학교 강사를 구하지 못해 1학년 교사에게 해당 업무를 맡으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별도의 업무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해당 교사는 학습 준비물 보관용 창고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수도권 한 초등학교 역시 강사가 뽑히지 않자 교사가 강사 수업을 대신해야 했다. 이로 인해 정규수업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하고 늘봄 수업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다른 수도권 초등학교는 공간이 부족해 1학년 교실을 번갈아가며 늘봄 교실로 사용했다. 이에 담임교사는 교실에서 제대로 업무를 볼 수도 없고 학생들도 역시 자기 교실에 맘 놓고 들어올 수 없는 풍경이 연출됐다.
전교조는 “이런 결과는 학교의 준비 상황, 교직원과의 협의 절차 없이 교육청과 관리자가 비민주적으로 일방 지정한 결과”라며 “교육 당국의 준비 부족으로 발생한 문제들의 해결을 학교 현장에 떠넘기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교육부가 제대로된 사회적 합의 없이 늘봄학교를 도입하면서 생기는 각종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강득구 의원실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4만2001명의 학부모와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늘봄학교 전면 도입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6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학부모 측은 찬성 49.6%, 반대 36.3%로 나타났다.
황수진 인천이음초등학교 교사는 “교육과 돌봄의 협업을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무작위적으로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틈새돌봄 등을 섞어 추진해 학교 구성원간 분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갈라치기를 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을 명확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 현장전문가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면 늘봄학교 도입은 의미가 없다”며 “교사의 업무부담을 덜어주고 책임소재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업무환경 개선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교사는 물론 △전문인력 △지역사회 △지자체 △교육청 등이 늘봄학교 도입을 위한 사회적합의 도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늘봄학교 전문 지원센터를 설립해 교사와 돌봄 전담사 등이 행정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