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美 금리인하…K-배터리, 수요 회복 기대감에 찬물
3월 美CPI 상승률 최고치…美Fed 6월 금리인하 희박 배터리 업체, 수요 회복 기대감 저하로 동력 일부 상실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장및빛 전망에 비상등이 켜졌다. 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접어들며 직격탄을 맞았지만 금리 인하로 주요국 경기가 점진적으로 개선돼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16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3.4%)를 웃도는 3.5%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3.8% 상승해 올해 들어 석 달 연속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6월 금리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FOMC 금리동결 가능성은 3월 CPI 발표 직후 42.6%에서 2배 가까이 오른 81.4%까지 올랐다. 7월 동결 확률도 곧바로 25%에서 54.5%로 2배 넘게 뛰었다. 심지어 9월 동결 확률도 전날 8.5%에서 30.5%로 3배 넘게 급등했다. 그나마 9월 0.25% 금리인하 확률은 45.7%로 집계됐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체들은 금리가 인하하면 가계 소비 및 기업 투자 활성화로 전기차와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과거 두 차례에 걸친 미국의 금리인하(2007∼2008년, 2019∼2020년) 이후 실질 개인소비지출이 증가하는 등 금리와 소비는 역의 상관관계를 띠는 경향을 보였다. 고금리는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직결된다는 의미다. 6월 금리인하가 사실상 무산되며 배터리 수요 회복도 한층 더뎌질 것으로 관측된다. 고금리 기조, 경기 둔화,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움직임, 친환경 정책 속도 조절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당선 가능성 등 부정적 요인들이 겹치며 전기차 수요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포드·GM·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계획을 전격 철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배터리 업계는 금리인하 기대는 밀렸지만 각종 기회 요인 또한 많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물론 고금리가 배터리 업체에 부정적인 요인인 것은 맞지만, 현재 미국이 금리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시장이 과열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높은 금리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제분석기관 이콘포캐스터의 제임스 스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우리는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악재에도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경기 침체 가능성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하반기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견제하며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최근 원료 광물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는 점 역시 호재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경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올해 전체 배터리 수요 전망이 견조한데다 글로벌 완성차들의 신차 출시 계획 등 '상저하고' 기대 요인들도 이에 못지않게 많다"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현재 북미 투자를 바탕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대에 나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상위 5개 기업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전기차 성장 가능성이 큰 북미에서 점유율 확대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