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방향 옳다"···총선 대참패에도 尹 '마이웨이' 선언
16일 국무회의서 '총선 입장' 발표 "경제적 포퓰리즘, 전체주의와 상통" 野 "불통식 정치 일관···독선적 선언"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내놓은 입장에서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이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운영 기조를 바꾸고 야당과 협치해야 한다는 총선 민심과 괴리된 인식을 드러낸 것이어서 남은 임기 3년 동안 향후 192석의 범야권과 '강 대 강'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야권에서는 당장 "반성은커녕 지금까지처럼 용산 주도의 불통식 정치로 일관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22대 총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108석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만큼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쇄신 방향과 야권과의 협치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존의 국정 운영 방향은 옳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하기에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는 점만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존 태도를 유지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면서도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이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 추진, 재건축 규제 완화, 공매도 금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 상향, 사교육 카르텔 혁파 등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들을 '성과'로 열거하며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여 기존의 일방적인 개혁 추진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총선 참패 이후 여야에서 일제히 터져 나오는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수용이나 협치 요구도 사실상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으로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 과정에서 민생 구제 방안으로 언급한 '1인당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을 정면으로 직격한 것으로, 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기존 태도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총선 민의를 거부했다며 협치 기대가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받아들인 총선 민의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불통의 국정 운영에 대한 반성 대신,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집과 독선으로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부했다. 국정 방향은 옳았고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는 대통령에게 무슨 변화와 쇄신을 기대하겠나"라고 덧붙였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진단을 잘못하면 올바른 처방이 나올 리가 없다"며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의 '명줄만 붙여놓은 셈'인데 이대로라면 더 기대할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과 협치의 첫 단추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것"이라며 "향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국민이 더욱 피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