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할랄 인증’으로 무슬림 시장 ‘정조준’
국내 식품 업체, 다국적 식품기업과 정면 대결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식품업계가 ‘할랄 인증’을 통해 무슬림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에 나서는 등 다국적 식품기업들과 적극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국내 식품 회사들이 까다로운 ‘할랄 인증’을 통과하고 무슬림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세계 140여 개국 20억명의 무슬림 할랄 식품시장 규모는 2010년에만 6515억달러로 세계 식품시장의 16%를 차지했다. 여기에 의약·화장품 등의 분야를 포함하면 무슬림 시장은 2조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추정하고 있다.
‘할랄(Halal)’이란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하며,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할랄 제품의 절반 이상이 식품이다. 할랄 식품은 해산물과 채소, 과일, 곡류 등 농산물이 포함되고 육류 중엔 양, 소, 닭 등이 해당된다. 게다가 허용된 육류 중에서도 코란의 기도문을 암송한 뒤 도축해야 인정 받으며, 지정한 순서·메카 방향대로 도살하지 않은 고기 등은 인증 받을 수 없다.
할랄 인증은 각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고 까다로워 인증 받기 어렵다. 이로 인해 다국적 식품기업에 비해 우리나라 식품기업들의 무슬림 시장 진출은 활발하진 않았으나, 최근 들어 할랄 인증을 받은 국내 상품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13일 할랄 식품 시장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에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뛰어난 식품기업으로 선정됐다.
농심 측은 적극적인 할랄 제품 수출로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1년 4월부터 농심은 부산에 할랄 전용 생산시설을 갖추고 ‘할랄 신라면’ 수출에 힘써 지난해 상반기에만 ‘할랄 인증’을 받은 신라면 매출이 100만달러로 집계됐다.
현재 ‘할랄 신라면’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리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9개 이슬람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뿐만이 아니라 김치라면 등 할랄 인증 제품을 확대해 말레이시아·할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지난해 3월 햇반·조미김·김치 등 30개 품목에 할랄 인증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은 세계 할랄 식품 허브인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이슬람 국가는 물론 유럽, 미국 등으로 판매영역을 확대해 향후 5년 내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풀무원도 말레이시아 정부기관 ‘자킴’으로부터 ‘자연은 맛있다’ 라면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만 하루 1억개의 라면이 소비된다는 점을 주목한 결과다.
이외에도 남양유업은 환자용 특수식 등 일부 제품, 크라운제과는 스낵류 4개 제품에 할랄 인증을, 동아원은 지난해 8월 국내 제분업체 최초로 말레이시아 ‘자킴’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각각 받았다.
반면, 유명한 다국적 식품기업들은 이미 할랄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슬레는 1980년대부터 할랄 전담 부서를 만들고, 세계 85개 공장의 154개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았다. 맥도널드 등도 할랄 시장에 가세했다.
이들 기업은 할랄 시장의 큰 규모와 매출 향상의 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엄격한 절차를 거친 할랄 인증 식품이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갖는데 주력했다. 이로 인해 이들 기업은 유럽 현지인 등을 대상으로도 판매가 증가하는 효과를 덤으로 누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할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후발 주자인 국내 식품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서 “할랄 식품은 종교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최근엔 이를 벗어나 안전한 먹거리 등으로 주목받고 있어 식품 업체들의 할랄 시장 공략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내수 경기의 둔화 등으로 식품업체들은 수출 시장 공략은 필수가 됐다”면서 “이중 중동·북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성공하기 위해 할랄 인증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