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2구역 재개발, 조합 내분에 중대 위기 봉착
조합집행부 해임 총회 적법성 논란 가열… 소송전 촉각 정비사업, 시간이 돈…장기 파행시 조합원 손실 불가피
2025-04-17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서울 노원구 일대 정비사업 대어로 꼽히는 상계2구역 재개발사업이 조합 내분으로 사업 추진에 암초를 만났다.
지난 13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현 조합장을 포함한 조합집행부 전원에 해임 및 직무 정지가 의결되면서 당분간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관리처분계획이 무산된 뒤, 넉 달 여 만에 다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계뉴타운 중 가장 큰 규모인 상계2구역은 재개발사업을 통해 2200여 세대 규모의 신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그러나 작년 말 평당 공사비 595만원을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이 부결됐다. 관리처분 부결 후 상계2구역 조합은 조합원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팀을 조직했다. TF팀은 △관리처분계획변경(안) 적용 방안 △설계변경 범위 △시공사와의 공동사업약정 재협상 방안 등을 수립해 오는 6월까지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총회 개최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최근 임시총회 의결에 따라 집행부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TF팀의 운영 및 관리처분계획안 수립도 상당기간 표류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조합에서 해임총회 적법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향후 소송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임총회를 발의한 비대위 측은 총 1357명의 조합원 중 과반수가 넘는 686명이 참석해 총회 성원에 문제가 없고, 참석 조합원 중 662명의 조합원이 해임에 찬성해 총회 효력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합 집행부는 서면동의 철회서(360여장)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총회에서 제출했으나 표결에 반영되지 않았고, 서면동의 없이 직접 참석한 조합원에 대한 신분 확인 절차가 누락된 점과 해임에 관한 조합원들의 의사를 교통비 명목으로 매표했다며 지난 13일 열린 총회 효력은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추가 확인 결과, 조합 집행부는 이미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및 총회결의 무효 확인을 위한 변호사 선임을 마쳤다. 또 법원과 노원구청에 증거보전 명령도 신청한 상태다. 이로써 향후 소송을 통해 해임총회의 효력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조합의 파행적인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소송 기간을 감안할 때 비대위 측이 집행부 해임을 주도하면서 주장한 2개월 내 조합 업무 정상화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향후 뚜렷한 변화가 없는 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최근 급격한 공사비 인상과 불안정한 주택경기 등을 감안할 때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면 정비사업 추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이에 따른 피해는 조합원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등 건설 원자재가격이 추가 인상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사업 장기화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정비사업 특성상 향후 조합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급격하게 올라간 건설공사비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조합과 시공사가 최대한 적정선을 찾아 빠른 착공과 입주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존 상계2구역 재개발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지난 13일 총회에서) 일부 석연치 않은 과정들이 있었고 제출한 서면철회 동의서 또한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면서 "노원구청에 증거보전 신청을 한 상태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지만, 사업이 늦어질수록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