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銀 ‘무수익여신’ 1년 만에 26% 껑충

작년 말 무수익여신 잔액 3.5조 건설업 등 내수 경기 둔화 원인

2024-04-17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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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국내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내주고 돌려 받지 못한 돈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부동산업 불황이 깊어진 영향이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은 총 3조5207억원 규모로 지난 2022년 말(2조7900억원)보다 26.2%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연체 여신과 이자 미계상 여신을 합한 것으로 속칭 ‘깡통 대출’이다. 이 중 이자 미계상 여신은 부도업체 등에 대한 여신, 채무 상환 능력 악화 여신, 채권 재조정 여신 등을 포함한다. 회사별로 보면 모든 은행의 무수익여신이 크게 늘었지만 신한은행은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은 5221억원에서 7498억원으로 43.6%, 하나은행은 6521억원에서 8678억원으로, 우리은행이 4701억원에서 5289억원으로 12.5%, NH농협은행 5130억원에서 7682억원으로 49.7% 각각 늘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6327억원에서 6060억원으로 4.2% 줄었다. 각 은행이 공개한 ‘거액 무수익여신 증가업체 현황’에 따르면 건설·부동산업 업체들의 부도나 채무 불이행이 전체 무수익여신 증가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5대 은행에서 무수익여신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차주는 예외 없이 건설·부동산업 회사였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부동산업을 하는 A 업체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1년 새 645억원 증가했다. 채무 상환 능력 악화에 따른 이자 미계상 여신 발생이 원인이었다. 신한은행에서은 주거용 건물 임대업을 해오던 B 업체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347억원 늘었다. 부도업체의 채무 불이행 영향으로 보고됐다. 하나은행에서는 기타 토목 시설물 건설업을 영위하는 C 업체의 무수익여신이 604억원 발생했다. 유동성 악화로 채무 상환에 실패한 경우다. 우리은행에선 아파트 건설업체인 D사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720억원으로 새로 잡혔다. 기업신용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 채권 재조정을 한 결과였다. 농협은행 역시 무수익여신이 42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가 워크아웃으로 채권 재조정이 이뤄진 건설업체였다. 건설업 등 내수 경기는 둔화 영향으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의 비용 부담 증대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