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상저하고’ 아닌 ‘상저하저’ 공포 엄습

美 기준금리 현 수준 유지 고금리 장기화 전망 국내 부동산 미분양 증가 및 양극화 심화 우려

2025-04-17     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미국의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옅어지면서 고금리로 인한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 국내 부동산 시장 수요 및 투자를 촉진시키기 어려워 연초 시장 전망처럼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저' 추세가 유력한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7일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 소비자물가 지수(CPI) 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어서다. 올해 초 연준 의원들이 인플레이션 둔화세 진전을 전제로 연내 3회 금리 인하 방침을 시사한 것에 이어 파월 의장이 지난달 초 미 의회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확신할 시점이 머지 않았다고 답한 것과는 상반된 셈이다. 최근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란이 가세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제정세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고유가와 고환율 우려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미국 등 각국 통화당국들이 금리인하에 심사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현재의 고금리 기조를 사수하면 국내 금리도 따라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미분양 물량이 다시 늘어나고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공사비 인상 등의 여파로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자의 대출 이자 부담까지 증가하면서 구매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874가구로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중 지방 미분양이 5만2918가구로 전체의 81.6%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사한 결과 국내 건설기업 중 76.4%가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답했다. 또 이들 기업 중 75.5%는 높은 대출금리와 각종 수수료를 자금 조달의 가장 큰 걸림돌을 꼽았다. 고금리가 계속되면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 악화 심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들이 현재의 중금리에는 적응하면서 금리가 낮춰지는 시점에서는 급격한 상승을 보이겠지만, 금리가 유지되는 기간에는 완만한 우상향과 지역 간 및 지역 내, 건설사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이미 한미 기준금리간 차이가 있고, 시중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더 낮춰져 있어 작년 말과 비교해 실질적인 금리에 대한 부담감은 덜해졌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돼 심리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당초 하반기에 정책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금리인하, 전셋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매가 상승이 될 것이란 기대로 거래가 늘었는데 이런 요인들이 대부분 약화돼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