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물가 탓에…작년 가구 소득 4.4% 늘 때 소비는 5.7%↑

신한은행, ‘2023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공개 10명 중 3명, 올해 가계 생활 형편 ‘나빠질 것’ 응답

2024-04-17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높은 물가에 지난해 가구의 소득의 증가 속도보다 소비 속도가 더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의 평균 빚 규모는 7% 정도 줄었지만, 치솟은 금리에 월 이자 상환액은 더 늘었다.

17일 신한은행이 공개한 ‘2023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전국 만20∼64세 경제활동자(근로자·자영업자 등)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544만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521만원)보다 4.4%(23만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가구 월평균 소비는 261만원에서 276만원으로 5.7%(15만원) 증가했다. 가구 소득에서 지출 항목별 비중은 △소비 50.7%(276만원) △부채상환 9.9%(54만원) △저축·투자 19.3%(105만원) △예비자금 20.1%(109만원)로 조사됐다. 소비 중에서는 식비(23.2%)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이어 교통·통신비(14.5%), 월세·관리금·공과금(12.7%), 교육비(10.1%), 의료비·건강보조제 구입비(5.1%) 순서를 보였다. 경제활동자 중 직장인 5000명에게 작년보다 올해 소비가 더 늘었냐고 묻자 38.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96.1%는 이 소비 증가가 물가 상승과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직장인은 68.6%는 올해 도시락을 싸거나 약속이 없는 날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점심값을 줄이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이 중 68.3%는 여전히 현재 평균 점심값(6000원)이 비싸다고 인식했고, 22.6%는 5000원까지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고물가로 소비의 규모가 늘어나자 직장인 5000명 가운데 16.9%는 2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진 이른바 ‘N잡러’를 선택했다. 부업을 하는 이유의 61.9%는 생활비와 노후 대비 등 경제적 요인이었다. 본업 외 부업의 종류는 20대와 40대의 경우 서비스직(식당·카페·편의점 등)이 가장 흔하고 30대와 50·60대에서는 각 크리에이터·블로그·유튜버 직종, 과외·강사가 1위를 차지했다. 조사대상 가구의 지난해 평균 보유 자산은 2022년보다 4.8%(2788만원) 증가한 6억294만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소득 계층별 자산 증가 규모는 차이를 보였다. 소득 5구간(상위 20%) 고소득 계층의 자산은 평균 11억6699만원으로 1년 사이 4564만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1구간(하위 20%·1억6130만원)과 2구간(하위 20∼40%·3억3391만원)의 자산 증가 폭은 각 1291만원, 1582만원에 불과했다. 가구 자산 가운데 종류별 비중은 부동산이 79.7%로 가장 크고, 금융자산과 기타자산은 각 13.6%, 6.7%를 차지했다. 2022년과 비교해 부동산 비중(80.2→79.7%)은 소폭 줄어든 대신 금융자산(13.5→13.6%)이 늘었다. 부동산만 따로 들여다보면, 가구의 부동산 자산은 평균 4억8035만원으로 전년보다 4.2%(1926만원) 불었다. 열 가구 중 약 여섯 가구(64.8%)는 “부채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2022년(66.8%)보다는 부채 가구 비율은 낮아졌다. 소득 계층별로 부채 가구 비율과 상승 폭(전년 대비)은 △5구간 71.0%(-5.0%포인트) △4구간 74.9%(-1.1%포인트) △3구간 69.8%(-4.0%포인트) △2구간 60.0%(-4.2%포인트) △1구간 48.4%(+4.4%포인트)로 조사됐다. 소득 최하위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빚을 진 가구의 비중이 축소됐다. 부채를 가진 가구의 평균 부채 잔액은 1억201만원으로 1년 새 7% 줄었다. 하지만 월 부채 상환액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평균 85만원에서 93만원으로 8만원 늘었다. ‘향후 1년(2024년)의 가계 생활 형편 전망’에 대한 질문에 47.2%는 “2023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30.2%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 비율은 22.6%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