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주총, 같은 날·같은 안건...‘번개치기’
14·21일에 주총 몰려, 안건도 천편일률...SK, 최 회장 재선임 다룰듯
2015-03-04 정수남 기자
[매일일보 정수남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주주 총회 시즌을 맞아 발걸음이 분주하다. 하지만 주총 일과 주총 안건이 천편일률이라 웃음 거리가 되고 있다.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올라 온 올해 정기 주주총회일을 공시한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 35개 중 31개사(88.6%)가 오는 14일 오전에 주총을 갖는다.GS그룹은 14일(GS홈쇼핑, 코스모신소재)과 21일(GS, GS건설, GS글로벌, 코스모화학)에 주총을 각각 연다. SK그룹은 16개 계열사 중 SK텔레콤(21일)만 주총일을 공시했으나, 관행을 감안하면 다른 계열사들도 이날 주총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그룹도 오는 21일 주총을 연다.여기에 롯데와 현대중공업, 한진, 두산 등은 아직 계열사 정기 주총일을 공시하지 않았으나, 이들 업체와 같은 날 주총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는 전망했다.주총 안건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업은 전자공시시스템에 이번 주주 총회 안건으로 △감사보고 △영업보고 △최대주주등과의 거래 보고와 함께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변경의 건 △사내외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 등을 보고했다.다만,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최근 실형이 확정된 만큼 SK그룹은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 형제의 계열사 등기이사 재선임의 여부를 안건에 올릴 전망이다.최 회장은 현재 그룹내 직급인 회장직 외에도 상법상의 SK(주),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 등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SK C&C를 제외한 3개사에서는 대표이사 회장 직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SK와 SK이노베이션은 이달로 최 회장의 등기이사 3년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SK E&S와 SK네트웍스의 등기이사 임기가 이달로 만료된다.실제 그룹 이사회에서 현재 법률상 규정, 대주주 책임경영, 주주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최 회장 형제의 재선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SK 관계자는 “현재 이사회에서 최 회장의 재선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면 이 안건이 주총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아직 주총일은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한화는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다.지난달 파기환송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김승연 회장이 건강을 이유로 계열사 대표이사 직을 사퇴했기 때문이다.김 회장은 검찰의 재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되자 법률상 계열사 사업허가 취소와 업무제한 규정 때문에 (주)한화, 한화케미칼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다.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는 김 회장을 이을 후계구도가 완성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한편, 일각에서는 그룹과 계열사 주주총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점과 거액 투자자만이 주총에 참석해 주총이 10여분만에 끝나는 점을 들어 소액 투자자 죽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