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형 전세사기 등 재발 가능성” vs “심각한 수준 아냐”

전셋값-매맷값차 줄자, 송파·강서·강동 등 갭투자 증가 “갭투자에 수요 늘고 있지만 집값 높아 갭투자 한계”

2025-04-18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올해 1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동탄푸른마을 두산위브 전용 73㎡는 4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후 같은 날 3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매수자 A시가 자본금 7000만원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한 셈이다. 해당 집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4.4%로 소위 깡통전세 기준인 전세가율 80%를 넘은 사례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B아파트 24평형(전용 59㎡)의 집주인이 됐다. 앞서 올해 초 이 씨는 매도인에게 일부 계약금을 걸고, 1억6000만 원의 전세 세입자를 들여 잔금을 치렀다. 단돈 500만원으로 아파트 한 채를 매수한 셈이다. 올해부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전셋값은 오르면서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줄고 있다. 이에 따른 갭투자 상승으로 전세보증금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6개월간 갭투자 매매 거래가 증가한 지역은 △송파구(72건·총 804건) △노원구(71건·총932건) △성동구(67건·총 570건) △강동구(60건·총 695건) △강서구(56건·총 645건)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송파구 거여5단지 전용 59㎡는 지난 1월 7억37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두달뒤 4억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3억3700만원에 갭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강서구 방화동 장미 전용 49㎡는 3억9500만원에 팔렸는데 한달뒤 2억31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불과 1억6400만원에 갭투자가 이뤄졌다. 문제는 줄어든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로 인해 갭투자가 늘면서 무자본 갭투기에 따른 전세사기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2년여간 매매값 급락에 따른 전세금 미반환 사태는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매맷값과 전셋값의 '디커플링'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갭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서울의 입주물량이 급감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R114는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이 역대 최저인 1만1107가구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외곽지로 갈수록 신축과 재건축의 갭이 줄어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으로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투자자나 일부 투기 수요가 전세를 레버리지 삼아 매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세와 매매 간 가격차가 좁아지면 갭투자·깡통전세 문제가 향후 더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택시장이 위축된 지방에서 전세가율이 높게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갭투자 등 투자수요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고, 오히려 깡통전세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세사기 여파와 영끌족 경매 물건 증가 등으로 수요자들이 신중해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은 만큼 갭투자에 따른 전세사기 우려도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전셋값이 올라가고 있지만 상승폭이 크진 않고, 전세는 임대차 기간이 있기 때문에 전셋값과 매맷값은 동반 상승하지 않고 시차가 존재한다”며 “1년 연속 올랐으니 불안해지는 시기인 건 맞지만 전세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너도나도 매매를 안 한다는 이야기로 갭투자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애널리스트 또한 “서울의 경우 주택 가격 자체가 높기 때문에 갭투자가 많진 않다. 집값이 낮은 지방에서 GTX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갭투자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가 비율이 오른다고 무조건 갭투자가 성행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다”며 “집값이 오른다는 수요자의 기대와 수요대비 부족한 주택 공급, 저금리 등 갭투자를 유발하는 제반 조건이 맞물릴 때 투기적 가수요가 움직이게 된다. 전세가율이 오른다고 전세 끼고 집부터 사고 보는 건 당분간 옛말이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