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민생 회복 지원금' 논의하나…尹 수용은 난망
민주, 13조원 규모 민생 회복 추경 편성 제안 국민의힘 "정부에서 실현 가능성 검토할 것" 尹 "현금 지원 포퓰리즘 나라 미래 망쳐" 반대
2024-04-18 조현정 기자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4‧10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민생 회복 긴급 조치'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던 기존 입장에서 "정부가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여 여야 간 추경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정 확대에 부정적인 만큼 실현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
민주당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일제히 민생 회복을 위한 추경 예산을 주장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해 여야는 시급하게 추경안 편성에 함께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할 때"라며 "소상공인 이자 부담 경감과 저금리 대환 대출 확대,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 지원의 민생 회복 긴급 조치를 즉각 실행하고, 기업 대외 채무의 안정적 관리와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이재명 대표는 정부에 약 13조원 수준의 '민생 회복 긴급 조치'를 제안했다. '추경'은 여기에 투입될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인 셈이다.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민생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마저 놓쳐버린다면 내수 경기 침체와 과도한 부채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회복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생 회복 긴급 조치를 제안한다"고 거듭 밝혔다.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의 지역 화폐를 지급하는 민생 회복 지원금 △소상공인들의 대출과 이자 부담 완화 정책 확대 △여름철 소상공인 전기 비용 지원 △사각지대 해소 위한 지원책 마련 △저신용 저소득자 대상 지원 정책 확대 등을 제안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현금성 지원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생 회복 지원금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해 그 방식도 이재명 대표식 지역 화폐로 뿌리자고 한다"며 "이러한 무책임한 지출로 인한 재정 적자는 결국 미래 세대의 짐이 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벌인 '포퓰리즘적 돈 잔치'로 인해 국가 재정이 병들었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이와 같은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절대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총선 참패로 정국 주도권을 상실한 상황에서 야당의 제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부담이다. 선거 패배 핵심 이유 중 하나가 고물가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손을 놨다는 점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전날 윤재옥 원내대표가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에 대한 예산 마련 방안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아마 정부에서 실현 가능한 이야기인지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논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야가 추경 편성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여전히 확장 재정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헌법상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는 만큼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추경은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당의 '1인 25만원 지급 제안'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며 직격한 바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전날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단순히 개인에게 얼마씩 주면 행복해진다는 것은 굉장히 경계해야 할 정책"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부든 포퓰리즘은 자유 민주주의에 대해 큰 암적 존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