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방어에도 ‘고환율 공포’ 악화일로

이창용 "시장 안정화 조치 여력과 방법 충분" "환율변동성 지속"...상단 1400원 중반대 전망도

2025-04-18     이광표 기자
원/달러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여 만에 1400원을 터치하며 외환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최근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감도 후퇴하면서 원화 평가 절하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급기야 외환당국이 구두개입까지 나서며 급한불은 끈 양상이지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9원 내린 1372.9원으로 마감하며 당국의 구두개입 효과가 잠시 반영된 모습이다. 다만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환율은 장중 14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한 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 긴축기 등 3차례뿐이다. 원화 가치가 큰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물가와 중동 불안 영향이 크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수록 달러 가치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점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높이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서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외환당국이 공식적으로 구두개입하며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제한한 것이다. 16일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2022년 9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과 관련 필요시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6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진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 "필요하면 시장안정화 조치를 할 여력과 방법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환율 상단을 1400원대 중반까지 바라보는 관측도 나온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유의미한 1차 상단은 1400원 초반 수준으로 전망된다"며 "중동 갈등 전개 상황에 따라 확전으로까지 연결될 경우 2차상단으로 1440원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관건은 2022년 10월 고점인 1440원 선까지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나, 아직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중반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